40대女 입사 7개월만에 '정규직' 되더니...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 2013.04.19 13:21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이영미씨, 정규직 전환 이후 50일의 변화

↑지난달 1일 한화 갤러리아 백화점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영미씨.
"야구에 관심도 없던 제가 어느새 한화를 응원하고 있었어요. 13연패 이후 첫 승을 거두는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죠."

이영미씨(42·여)는 지난달 1일 '진짜' 한화 가족이 됐다. 4년 동안 운영하던 개인 식당을 접고 친구의 권유로 백화점 매장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잠깐 거쳐 가는 아르바이트라는 생각이었다. 일 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야 하는 불안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지 7개월만인 지난 1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화가 계열사의 계약직 직원 204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발표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달을 보낸 이씨는 지난 3월1일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의 '기프트 숍 매니저'라는 정식직함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었다.

"계약직도 근무여건이나 복지혜택은 정규직과 동일했기 때문에 당장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다만 언제부턴가 한화가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이씨는 한화 팬이 됐다. TV에서 한화 관련 뉴스가 나올 때면 유독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김승연 회장의 건강을 걱정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화의 정규직 전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환대상자 2043명 중 이씨와 같은 여성 직원이 1200여명으로 6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

이씨는 인터뷰 내내 몇 번이나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여건상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방면으로 취업을 시도했으나 '40대 여성'이라는 굴레는 단순 경리직 채용에도 면접조차 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씨는 "40대 주부가 대기업 정규직이 됐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아직 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자리를 구하다보니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구직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정규직 전환 이후 달라진 것 중 하나는 가족들의 시선.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이씨에게 "굳이 거기(압구정)까지 다니면서 일을 해야 하나"라고 말하던 남편은 정규직 전환 소식에 이씨 못지않게 기뻐하며 이제는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자가 됐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재학 중인 두 아들 역시 "이제 엄마도 대기업 직원인거야?"라며 엄마 자랑에 여념이 없다. 고3과 중3인 아이들의 대학교 학비 걱정도 사라졌다.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정년이 보장된 데다, 대학교육까지 책임지는 한화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씨 자신에게서 나타났다. 이씨는 장사를 하면서는 일주일에 한 번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쉬는 날에도 늘 노심초사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화라는 큰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다는 안정감에 매사에 밝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든다고 했다.

"요즘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매번 듣는다. '평생직장'을 찾았다는 생각이 드니 고객을 대하는 일에도 더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것 같다."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이씨의 답이다. 마음가짐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시행한 한화의 정규직 전환 결정이 생산성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이씨는 "서비스 직군에 있는 만큼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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