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스펙? 포항제철소 정비업무는 내가 짱"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3.04.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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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혁신경제;스펙파괴 인재확보 나선 기업]<5-4> 포스코

올해 초 포스코에서 퇴직한 이종열 전 펠로우(Fellow. 상무급)는 고졸 출신이다. 성동기계공고를 졸업하고 1975년 포스코에 입사한 그는 탁월한 업무 전문성 덕에 2009년 상무급인 펠로우 자리까지 올랐다. 이른바 '스펙'의 한계를 '열정'과 '능력'으로 극복한 사례다.

포스코 (401,000원 ▲3,000 +0.75%)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 채용인원의 절반을 고졸 출신으로 뽑았다. 능력 중심의 '열린 고용문화' 정착과 확산을 위해서다. 고졸 출신 직원들은 포스코가 추구하는 '일당오(一當五)'의 인재상에 걸맞게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고졸 직원의 꿈과 희망은 무엇일까. 같은 꿈을 꾸고 있는 후배들에겐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을까. 2010년 나란히 포스코에 입사해 올해 4년차를 맞은 포항제철소의 손인락(24. 후판부)) 사원과 이진철 사원(25. 전기강판부)의 얘기를 들어봤다.

▲2010년 고교를 졸업하고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나란히 입사한 이진철 사원(사진 왼쪽)과 손인락 사원.▲2010년 고교를 졸업하고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나란히 입사한 이진철 사원(사진 왼쪽)과 손인락 사원.


- 대학 진로를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요.
▶(손인락) 포항에서 나고 자라 어릴 적부터 포스코에 입사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중학교 때 성적이 좋아서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실업계 고교 진학에 대해 걱정을 하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고 포스코 입사라는 목표도 이뤘습니다.
▶ (이진철) 저도 포스코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전공 자격증을 하나둘씩 따내면서 막연한 바람이 한번 도전해 보자는 용기로 바뀌더라구요. 그 때부터 포스코 입사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 고교 시절 취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손)자격증 취득과 성적 관리에 가장 중점을 뒀습니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해요. 포스코와 철강산업에 대한 지식을 쌓았고 가장 중요한 면접 연습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입사 후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했어요. 전기공사기능사, 전자기기기능사, 항공전자정비 기능사, 정보처리기능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워드프로세서 등의 자격증을 땄습니다.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 현장에서 고졸 사원과 대학교를 졸업한 직원들 사이에 차이가 있나요.
▶(손)직급 체계 등 다른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하진 않아요. 제게는 지금 하고 있는 정비 분야가 적성이 가장 잘 맞고 잘 하는 업무입니다. 대졸 사원들도 마찬가지구요.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겁니다.
▶(이)업무나 직급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솔직히 학력은 큰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고졸, 대졸 구분 없이 공정하게 평가받고 그에 따른 대우를 받습니다. 업무나 직급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지 다른 부분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않습니다.

- 학력이나 스펙 파괴의 '열린 채용'이 화두입니다. 아직 개선돼야 할 점도 많은데요.
▶(손)취업 희망자들의 생각이 우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스펙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유일한 잣대로 생각하니까요. 하나의 수단일 수는 있지만 스펙 자체가 기준은 아닙니다. 스펙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도 바뀌어야 하고 고용주의 마인드, 기업들의 인사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이)정부에서 고졸채용에 앞장서는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기업에선 학력에 상관없이 능력에 맞는 직급과 업무로 분담해 그에 맞는 대우를 하면 되구요.


-고교 졸업 후 취업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꿈은 무엇인가요.
▶(손)졸업 이후 취업을 준비하면 늦습니다. 진로를 신중히 선택하고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남들보다 먼저 준비해야 꿈을 이룰 수 있어요.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가정에서도 사랑받는 성실한 직원과 든든한 가장이 되는 것이 소박한 제 꿈입니다.
▶(이)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서 남들이 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듯 하는 취업 준비로는 안 됩니다. 타인의 시선과 고정관념보다는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에 걸맞은 어학능력을 갖추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포스코인이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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