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 일찍 됐더라면···" 떠나는 분당주민 '눈물'

머니투데이 분당(성남)=송학주 기자 | 2013.04.02 17:27

['수직증축' 허용된 분당 다녀보니…]"다시 '천당아래 분당'될 것"

↑2일 경기 성남시 야탑동 '매화공무원1단지' 모습. 비가 오는 가운데 이사가 한창이다.ⓒ송학주 기자
 "며칠만 일찍 (4·1부동산대책이) 발표됐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이삿날 제 마음을 표현하듯 봄비까지 내리네요."

 2일 경기 성남시 야탑동 매화마을공무원1단지에서 만난 한 모씨(40)는 5년간 살았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인근 용인으로 이사하기 위해 이삿짐을 나르고 있었다. 1995년 준공된 아파트여서 다소 불편했고 아이들도 학교에 들어갈 나이되다 보니 큰 집이 필요해서다.

 한씨는 "2008년 분당으로 이사 올 때만 해도 좋았는데 지금은 1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며 "시세보다 2000만원 정도 싼 값에 급매물로 내놨는데도 팔리는데 몇 달 걸렸다"고 푸념했다.

 한씨의 아파트는 전용 58.92㎡로 방 3개에 욕실 1개가 있는 19년된 복도식 아파트다. 2008년까지만 해도 4억원에 거래되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함께 현재는 2억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노후된 아파트여서 찾는 이가 없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그는 "분당은 학군·교통·편의시설 등 살기에 정말 좋지만 오래된 아파트라 리모델링을 추진하려고 조합설립인가가 났지만 잘 진행되지 않아 언제까지 기다릴수 없어 결국 떠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주민들 '대환영'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4·1부동산대책'에 리모델링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돼 시장은 술렁였다. 그동안 정부가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전세난과 함께 불로소득을 안길 수 있다며 손을 댈 수 없는 성역으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분당, 일산 등 이른바 1기 신도시는 서울 강남 노후 아파트처럼 재건축을 추진하지 못한다. 건축연한 제한이 있어서다. 이번 대책을 통해 나온 '리모델링 수직증축'의 최대 수혜지로 분당이 뽑히는 이유다.

 지난달 말에는 성남시가 정부에 '공동주택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성남에는 준공후 15년 이상된 공동주택단지 164곳 10만3912가구가 있고 이중 분당구에만 122개 단지, 8만6399가구가 몰려 있다. 이로 인해 집값 하락과 주거만족도가 낮아지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주민들과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분당구 야탑동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11년 분당에서 치러진 4·27보궐선거 때부터 여·야가 앞다퉈 수직증축 허용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며 "오전에만 이번 대책과 함께 매물 여부를 묻는 전화가 수십통씩 오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야탑동 매화공무원1단지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주민들은 수직증축을 통해 발생하는 아파트를 일반분양해 리모델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그간 엄청난 비용 부담 때문에 지지부진했는데 앞으론 '천당아래 분당'이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일 경기 성남시 야탑동 인근 아파트 단지 모습. 비가 오는 가운데 이사가 한창이다.ⓒ송학주 기자
 ◇수직증축 원론만 밝혔을 뿐, 아직 구체적인 기준 없어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을 추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년 이상 아파트에 대해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허용하겠다는 원론만 밝혔기 때문이다.

 구체적 사안은 전문가 위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몇 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할지 등 추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과거의 부동산 정책의 사례에서 타나나듯 집값이 조금만 올라도 다시 규제 모드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가 수직증축을 막은 이유는 안전성을 내세웠지만 본질적으론 갑작스러운 집값 상승을 우려해서였다. 게다가 수직 리모델링을 해주더라도 용적률(땅에 지을 수 있는 건축면적 비율)의 제약도 작용한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국회 통과여부가 중요하다"며 "지금껏 부동산 정책 과정이나 최근 정부조직법 사례에서 보듯 야당이 반대하고 나오면 법안 자체가 통과되지 못하거나 본래 취지보다 축소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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