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감독의 숙명 ‘또 누가 잘리려나’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2013.03.30 13:14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 기념관에서 2013년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의 힘찬 시작을 알리는 'Hello,Baseball'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 사진제공=OSEN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9구단 체제의 2013 프로야구가 30일 개막됐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753만8,600명, 경기당 1만3,088명을 관중 목표로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야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어 개막 직전 지난 해 최고조에 달한 프로야구 열기가 갑자기 식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냈다.

그런데 잠실구장에서 열린 시범 경기 때 팬들이 선망하는 자리인 테이블 석에 앉아보기 위해 밤을 새워 줄을 서는 진 풍경이 연출됐다.

LG와 두산이 마지막 시범 경기에서 격돌한 24일 잠실 구장에는 2만5,000여 팬들이 찾아와 이 분위기라면 800만 관중도 가능한 것 아닌가 기대를 부풀리게 했다. 그러나 대구, 광주 등의 구장 사정 상 800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금년에도 시범경기에 팬들을 무료로 초대했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유료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경기도 나쁘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야구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주고 가족들과 즐겁게 야구장 나들이를 하는 기쁨을 주기 위해 무료 입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3 프로야구는 24일 시범경기를 마치고 25일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령탑은 역시 한화의 김응룡(72)감독이었다. ‘거장(巨匠)’이 일흔을 넘긴 나이에 다시 유니폼을 입고 현장으로 돌아와 제자인 KIA 선동열 감독과 미묘한 대화를 나눠 화제가 됐다.

2013 프로야구는 가장 어린 LG 김기태(44)감독부터 최고령인 김응룡감독까지 모두 9명의 사령탑들이 팀을 이끌고 있다. 그들이 활짝 웃으며 시즌 목표를 밝히는 것을 보며 언제나 시작할 때는 모두 우승, 최소한 4강에 들어갈 것으로 확신하는 것 같았다.

과연 그럴까. 승부의 세계는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지난 2006년 필자가 LA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때 아주 재미있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USA 투데이’지에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할 보들리가 기고한 것인데 ‘감독들은 고용되면 언젠가는 잘리게 된다(Managers are hired to be fired)’는 것이 글의 주제였다.

지난2012 시즌을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격언이다. 롯데 양승호, 넥센 김시진 감독은 뜻밖의 경질을 당했고 한화 한대화 감독은 구단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마치 잘리는 것이 감독들의 운명인 것 같았다.

그리고 김시진 감독은 재충전의 기회를 갖지 않고 바로 롯데 감독으로 옮겼다. 잘 알다시피 롯데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처럼 ‘독이 든 성배’와 를 들고 사는 자리이다. 넥센은 아무도 예상 못한 염경엽 감독을 발탁했고 한화는 김응룡 사장을 현장으로 복귀시켰다.


할 보들리는 자신의 칼럼에서 ‘과연 잘리기 전에 스스로 떠날 때를 알고 물러난 감독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는데 최근 한국프로야구에 있었다.

2011년 당시 두산 김경문 감독은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6월13일 자진 사퇴했다. 전반기도 마치지 않은 시점이어서 모두 놀랐다. 그런데 시즌 후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감독으로 복귀하게 됐다.

만약 김경문 감독이 자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두산을 계속 끌고 갔다면 NC 다이노스 창단 감독이 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감독이 스스로 떠날 때를 판단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60년 개막전 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필라델피아 감독 에디 소이어가 신시내티에 4-9로 패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당시 49세였던 그는 ‘50살까지 살고 싶은 것이 이유다’라고 밝혔다.

우리 감독들도 때로는 숨도 못 쉴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프로의 정글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야구에는 ‘마력(魔力)’이 있는 모양이다.

건강을 회복한 김응룡감독이 72세의 나이에 야구 현장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아름다운 도전(挑戰)’이라며 박수를 치기도 하지만 혹자는 ‘노욕(老慾)’이라고도 평가한다.

김응룡 감독은 삼성 시절이었던 2004년 11월9일 제자 선동열 당시 수석코치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용퇴했다. 그리고 감독 출신 첫 구단 사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 성공을 이루었다. 김응룡감독은 2005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그 동안 한국야구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 등의 쾌거를 이뤄냈다. 과연 한국야구가 어느 정도 발전을 했을까?

김응룡감독은 자신이 덕아웃을 떠나 있던 8년 동안 급변하는 야구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었을 것인가. 이 정도면 아직은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있어 돌아온 것일까.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감독 자리는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직업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롯데가 첫째고 LG가 그 다음인 것 같다. 언젠가는 잘리게 될 줄 알면서도 언제나 해보고 싶은 것이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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