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풀리지않는 WBC 한일 결승전 의혹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2013.01.19 10:05

2회대회 연장 10회 임창용-이치로 정면 승부의 진실은

↑15일 오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WBC 국가대표팀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에서 코치진과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News1 허경 기자
오는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앞두고 지난 15일 한국야구 국가대표 출정식이 열렸다. 이날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선수는 ‘국민타자’로 불리는 이승엽(37, 삼성)이다.

이승엽은 2006년 제1회 대회에 참가해 한국의 4강 신화를 쓴 주역이었으나 2009년 제2회 대회에는 소속팀이었던 일본 요미우리에서의 부진 등이 겹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11시즌을 끝으로 일본 프로야구를 떠나 삼성에 복귀, 지난해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이승엽은 “이번 제3회 WBC 대회가 국가를 대표해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대표팀은 팀 전력이 약하다고 할 때 오히려 강한 힘이 나온다”며 “최선을 다해 기적을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 된 후 5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제 3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제3회 WBC는 대만에서 1라운드, 일본에서 2라운드,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열린다. 1,2 회 대회와는 방식이 달라져 중미(中美)의 아마추어 야구 세계 최강국인 쿠바가 엉뚱하게도 아시아 지역 예선전에 참가하게 됐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음모론이 나왔다. 야구의 종주국으로 세계 최고의 야구 리그인 메이저리그(MLB)를 자랑하는 미국은 1,2회 대회에서 단 한차례도 결승전에 오르지 못했다.

1회 대회는 일본과 쿠바, 2회는 한국과 일본이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1회 대회 때 미국은 4강에도 못 갔고 한국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0-6으로 완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일본은 결승에서 쿠바에 10-6으로 승리하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제2회 대회서는 미국이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4-9로 져 다시 한번 세계 최강이라는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은 베네수엘라를 10-2로 제치고 결승전에서 일본과 맞붙었다.

야구 종주국으로 야심차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만든 미국은 이번 3회 대회에서만큼은 반드시 그간의 치욕을 씻고 우승하겠다는 목표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으로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사령탑을 거친 후 현재 메이저리그 사무국 부사장을 맡고 있는 조 토리 감독을 일찌감치 선임해 최강의 전력을 갖추었다. 일본대표팀을 말하는 ‘사무라이 재팬’ 역시 야마모토 고지 감독을 조기에 선임했다.

↑ 제2회 WBC 한국대표팀이 경기를 마치고 인사하는 모습. ⓒ사진제공= OSEN
한국과 미국 일본 가운데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2회 연속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사령탑은 김인식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유일하다. 1,2회 대회를 이끌며 각각 4강과 준우승의 성적을 거둬 ‘국민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은 벅 마르티네스-데이비 존스, 그리고 이번 3회가 조 토리 감독인데 역대 가장 강력한 사령탑이다. 일본은 오 사다하루-하라 다쓰노리감독의 계보를 야마모토 고지 감독이 이어받았다. 대회 3연패를 달성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국가대표 감독을 신중하게 발탁하는 과정을 거친 반면 한국은 ‘당연직’ 국가대표 감독이다. 전년도 우승팀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는 것으로 야구규약-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정해져 있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원칙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로써 한국대표팀 감독은 류중일 감독(삼성, 50)이 됐다.

한국은 대만서 열리는 1라운드에서 호주와 네널란드를 잡아야 하고, 예상대로 대만과 함께 일본에서 이어지는 2라운드에 오르면 일본 대만 쿠바 가운데 두 팀을 제쳐야 미국에서 개최되는 준결승,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다.

1라운드에서는 호주보다는 네널란드가 복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제야구연맹 주관 아마추어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네덜란드가 강력한 투수력을 선보이고 있다.

2라운드는 더 험난하다. 대만을 무조건 잡고 일본 혹은 쿠바 중 한 팀을 눌러야 한다. 쿠바를 아시아 예선에 밀어 넣은 미국의 복안이 바로 이것이다. 쿠바를 앞세워 한국이나 일본 중 한 팀을 2라운드에서 떨어뜨려 미국의 결승 진출 확률을 높이자는 전략을 짰다.

이제 류중일 감독에게 최소한 4강 이상, 궁극적으로 우승의 짐이 지워졌다. 지난 2009년 현장에서 대회를 취재한 필자는 한국이 WBC 우승 목전에서 일본에 좌절하는 것을 보며 ‘패인’이 무엇일까 아주 오랜 동안 생각했다.


한국은 현지 2009년3월23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 9회말 극적으로 3-3 동점을 만들고 연장전에 접어들었으나 마무리 임창용이 2사2,3루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좌타자 이치로와 8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다가 볼카운트 2-2에서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범해 2타점 결승 중전안타를 두들겨 맞았다. 연장 10회 승부에서 결국 3-5로 패했다.

그런데 4년이 흐른 지금도 ‘2사 2,3루로 1루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왜 임창용은 가장 까다로운 타자 이치로와 정면 승부를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당시 포수였던 강민호는 지난 12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인식 감독님이 이치로 타석에서 양손 검지를 흔드는 사인을 내게 전달했는데 그것이 힘들게 승부하다가 볼넷으로 내보내주라는 의미인지를 몰랐다’고 밝히며 ‘임창용 선배의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타자가 이치로여서 나름대로 최대한 어렵게 승부를 했는데 임창용의 포크볼이 가운데로 몰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치로와 무리하게 승부를 하다가 결승타를 허용했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임창용은 지난 연말 시카고 커브스와 입단 계약을 맺은 뒤 그 때의 일에 대해 '사인은 없었다. 단지 내 실투였다'고 설명했다.

↑제2회 WBC 한국 대표팀 모습 ⓒ 사진제공= OSEN
당시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패한 뒤 김인식감독이 다저스타디움 인터뷰실에서 기자회견을 한 내용을 다시 한번 보자.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미국 기자들까지 '왜 1루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이치로와 승부를 하는 일이 벌어졌는가?'를 집중적으로 물어 눈길을 끌었다. 야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아마추어라도 납득하지 못하는 투구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치로를 상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은 이에 대해 "이치로를 (고의4구로) 보내지 못한 것이 패인인 것 같다"고 밝힌 뒤 설명을 덧붙였다. 다음은 김인식 감독과의 일문 일답.

- 전체적으로 경기를 평가한다면.
▶ 초반부터 (선발) 봉중근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투구 수가 많아졌다.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 좋았다. 봉중근이 어제까지 몸이 안 좋았던 것에 영향을 받았다. 일본이 강한 팀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겨줬으면 좋았겠지만 최선을 다했다. 수비에서 더블플레이로 어려운 상황을 막아줬다.

- 이치로와의 승부 과정은.
▶ 마지막에 투수 임창용과 강민호 포수의 사인이 안 맞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아쉽다. 벤치에서는 사인을 냈고 그것을 포수는 알아 들었다. 그래서 포수가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는데 안타를 맞았다.

- 1루가 빈 상황에서 이치로와 승부한 이유는?(미국 기자)
▶ 지금까지 말했다. 벤치에서 캐처에게 고의4구 사인은 아니었지만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던지다가 안되면 (볼넷으로) 내보내라고 했다. 그래서 포수 강민호도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임창용이 자신이 있었는지 승부를 했다. 아직 본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 그런 고비라면 감독이 마운드에 나가 직접 투수에게 작전 지시를 할 수도 있었는데.(미국 기자)
▶ 직전에 투수코치가 나가서 얘기했다. 후회되는 것은 완전히 고의4구 사인을 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수가 바뀌니까 나이 어린 포수가 작전 사인을 투수와 충분히 소통하고 소화해내지 못했을 수 있다. 고의4구 작전을 확실하게 내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그게 후회 된다.

세월이 흘러 그 당시 김인식 감독의 인터뷰와는 다른 점이 나타났다. 임창용은 사인이 없었다고 했고, 강민호는 그 사인이 그런 사인인줄을 몰랐다고 밝혔다.

김인식감독은 포수 강민호도 (자신이 낸) 사인을 투수에게 보냈다고 했는데 임창용이 자신이 있었는지 승부를 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이렇게 임창용과 이치로의 승부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제2회 대회 일본과의 결승전 패배가 주는 교훈은 바로 이 점이다. 한국 대표팀의 전력은 분명히 약해졌고 코칭스태프도 젊어졌다. 결승전에서 동점 솔로홈런을 친 추신수가 이번에는 참가하지 못한다. 에이스 류현진도 없다.

따라서 이번 3회 대회에서는 작전 사인 하나 하나도 놓치지 않고 소화하는 정교함과 선수단의 단결력, 그리고 소통의 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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