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선동열감독과 KIA의 어렵고 불편한 현실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2012.10.20 10:05
2012 페넌트레이스 5위에 그쳐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탓만은 아니다. 선동열(49)감독과 KIA의 현실이 어렵고 불편하게 돌아가고 있다.

선동열감독은 지난 6일 홈인 광주구장서 가진 삼성과의 최종전에서 패한 뒤 ‘5위로 시즌을 마친 것이 아쉽다. 고생한 선수 코치들과 팬들에게 감사 드린다. 올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 강 팀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한국 야구가 낳은 대 투수 출신으로 삼성 시절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던 선동열 감독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음과 반드시 ‘권토중래(捲土重來)’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절치부심은 이를 갈 정도로 대단히 분하게 여기며 마음을 썩이는 것이고 권토중래는 한번 싸움에 패하였다가 세력을 회복하여 다시 도전해 온다는 뜻이니 현재 선동열감독과 KIA의 현실에 부합된다.

↑선동열 감독을 영입해 다시 한국시리즈에 도전하고자 했던 KIA가 2012 페넌트레이스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선감독은 절치부심하며 권토중래를 약속했다. ⓒ 사진제공=OSEN

무엇보다도 2012프로야구가 모두 715만6,157명의 팬들을 야구장으로 이끌어 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입장 수입 역시 처음으로 600억원을 돌파해 634억원이나 됐다는 점에서 선동열감독이 이끈 전통의 명문 KIA의 부진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성적에 묻혀 상당 부분 가려져 있지만 프로야구가 팬들과 호흡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KIA는 관중 동원에서도 큰 상처를 입었다.

성적 면에서 KIA는 개막을 앞두고 삼성과 2강 체제를 이룰 팀으로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평가를 받았는데 전문가들도 겸연쩍고 부끄럽게 되고 말았다. 후반기 한때 4위에 진입해 드디어 선동열감독 야구가 나오는구나 라고 기대를 모았으나 충격적인 7연패를 당하면서 4위권에서 멀어져 갔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등 간판타자들의 부상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도 언젠가 치고 올라오는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팬들은 마지막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2009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고 2011시즌에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조범현 감독을 1년 계약이 남은 상태에서 경질하고 선동열 감독을 영입해 다시 한국시리즈에 도전하고자 했던 KIA 구단도 당혹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성적이 부진하면서 홈 팬들의 발길도 멀어졌다. 4위를 했던 작년 KIA의 페넌트레이스 홈 관중 수는 59만2,653명이었다. 1위 팀이었던 삼성의 50만8,645명 보다 많았고 전체 8개 구단 중 5위를 기록했다. 한화가 46만4,871명으로 7위, 그리고 넥센이 44만1,427명으로 최하위였다.

그런데 700만 관중 시대를 연 올시즌 여러 구단들이 관중 동원에서 대약진을 했는데 유독 KIA만 예외가 됐다. 중반까지 4위 다툼을 벌였던 넥센이 59만9,381명을 기록해 단숨에 작년 KIA의 자리인 5위로 올라섰다. 6위가 삼성(54만4,859명), 7위가 한화(51만9,794명)였으며 KIA는 50만2,016명으로 바닥을 치는 수모를 당했다.


어렵게 시즌을 마치고 마무리 훈련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선동열감독과 KIA 구단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졌다.

해태와 KIA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종범이 한화 감독으로 8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응용 전 삼성 사장의 부름을 받고 한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한화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종범은 올시즌도 현역에서 뛰게 되는 것으로 믿고 준비했으나 개막을 목전에 두고 선동열 감독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은퇴를 하게 됐다. 당시 KIA 선수단에 큰 혼란이 있었다. KIA 구단은 이종범에게 지도자 수업을 권유했으나 그는 단호하게 사양했다.

KIA 구단은 시즌 후 기존 일본인 코치 3명 등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하고 코칭스태프 보강에 나섰다. 선동열 감독이 이종범을 불러들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는데 확인이나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종범이 전격적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김성한 전 KIA감독이 수석코치로, LG에서 은퇴한 투수 이대진까지 해태 시절 스승이었던 김응용 감독의 한화에 합류했다.

한편으로는 선동열 감독을 투수코치로 보좌하던 이강철 코치가 염경엽 신임 감독의 넥센 수석코치로 옮겨 갔다. 광주일고 선배이자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선동열 감독의 품을 떠나 광주일고 2년 후배 염경엽 감독을 도와주기로 했다.

이강철 코치는 ‘선동열 감독님이 서운해 하셨지만 가서 잘 하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강철 코치로부터 넥센으로 가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선동열 감독의 심정은 말이 아니었을 것이 분명하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전설을 썼던 선동열 감독은 KIA 감독을 맡으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KIA는 해태의 명문 구단 전통과 팀 리빌딩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해태의 향수(鄕愁)에 젖어 있는 팬들은 어떤 시각으로 KIA를 보고 있을까.

선동열 감독이 삼성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삼성에 김응용 감독이라는 큰 울타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고립무원(孤立無援)으로 도움 받을 데가 없다. 선동열감독과 KIA가 최대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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