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사장은 왜 다시 감독을 하고 싶었을까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2012.10.13 10:00

[장윤호의 체인지업]

한국에 단 아홉 자리만 존재하는 직업이 프로야구 감독이다.

구단 프런트로 LG 운영팀장, 스카우트 등을 거쳐 올시즌 넥센의 작전 주루 코치로 팀에 기여한 염경엽(44)코치가 김시진 감독이 전격 경질됐던 넥센의 새 감독이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넥센 구단은 젊고 혁신적인 지도자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넥센은 과연 염경엽 감독을 내 세워 혁신에 성공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구단이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더 많은 투자를 해 염경엽 감독을 밀어 줘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신(神)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자리라고 표현하며 기쁨보다 더 큰 책임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외였던 것은 염경엽 신임 감독이 감독 경험이 사실상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LG가 김기태, 두산이 김진욱 감독을 선택했을 때와는 다르다. 김기태 감독은 2군 감독을 거쳤고, 김진욱 감독도 고교팀에서 감독을 해봤다.

양승호 감독이 로이스터 감독 후임으로 롯데 감독에 발탁됐을 때도 다들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양승호 감독은 고려대 감독을 하고 있었다.

물론 현재 KIA의 선동열 감독도 삼성에서 김응용 감독 밑에서 투수코치를 하다가 감독직에 올랐다. 감독 경험이 한국 프로야구 1군 감독이 되는데 필요 조건은 아니다.

넥센은 메이저리그식의 인터뷰 방식으로 감독을 선임했다고 하는데 메이저리그는 감독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마이너리그에서 감독 경력을 쌓은 후보들 중에 뽑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추신수의 소속팀 클리블랜드의 새 감독으로 선임된 테리 프랑코나가 보스턴 감독 출신이었던 것처럼 감독을 했던 사람들이 계속 팀을 옮겨가며 감독을 한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올시즌 64승98패로 팀 최다 패배를 당한 뒤 스스로 사임한 짐 트레이시 감독도 LA 다저스 감독, 피츠버그 감독 등을 거쳤다. LA 다저스 감독 시절 에이스였던 박찬호를 FA(자유계약선수)가 되면 연봉 2,000만 달러(약 220억원)의 가치가 있는 투수라고 극찬을 해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메이저리그가 초보 감독보다 경험이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이유는 당연히 기본적인 검증은 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넥센은 그런 면에서는 ‘변혁(變革)’을 택했다. 변화(change)보다는 혁명(revolution)에 가까운 선택이다.

↑해태와 삼성 감독을 거치며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차지했고 감독 출신으로 삼성 구단 사장까지 오른 70대의 노익장 김응용(71) 전 삼성 사장이 한화 신임감독으로 현장으로 컴백했다. ⓒ사진제공= OSEN
그런데 한화 구단은 넥센 구단의 염경엽 감독 결정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접근했다. 해태와 삼성 감독을 거치며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차지했고 감독 출신으로 삼성 구단 사장까지 오른 70대의 노익장(老益壯) 김응용(71) 전 삼성 사장을 현장으로 모셨다. 김응용 신임 한화 감독은 지난 해 SK 감독에서 경질돼 현재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을 맡고 있는 김성근 감독보다 한 살 위다.

김응용 사장은 8월31일 시작해 9월8일까지 열린 제25회 서울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 때 거의 매일 잠실과 목동 구장을 찾았다. 9월2일 목동구장에서 있었던 한국과 호주전에서는 시구를 했다. 시구 때 쓴 모자가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 기념 모자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날 시구를 통해 김응용사장은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그리고 이 대회 기간 중 ‘현장에 복귀해볼까?’ 하는 뜻을 당당하게 나타냈다. 한일은행 후배인 강문길 대한야구협회(KBA) 심판 이사도 적극적으로 권유했고 실제로 복귀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 온라인 유력 스포츠매체인 '오센(OSEN)’ 등을 통해 널리 전해졌다.

그런데 일각에는 이런 시각이 있다. 김응용 사장이 한화 감독이 된 것 자체는 뜻밖이 아니다. 김응용 사장의 실력과 경력, 업적 등을 보면 나이와 무관하게 건강만 뒷받침 되면 언제든지 감독을 할 수 있다.

다만 궁금한 것은 김응용 사장이 왜 한화의 감독직 제의를 수락했느냐이다. 평생을 야구를 했으니 야구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누구나 현장과 유니폼을 그리워한다.

실제로 김응용 사장은 세계청소년 대회 때 이정훈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 경기를 보면서 작전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주위에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감각, 한마디 툭툭 던지는 예리한 평은 8년간 현장을 떠나 있어도 살아 있었다.

한화 구단은 김응용 사장을 감독으로 영입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마도 고민은 ‘김응용 사장이 고사하면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 였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읽어본 기사들에 따르면 김응용 사장은 기꺼이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김응용 사장의 감독 복귀는 한국프로야구사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올시즌 한국프로야구는 박찬호 김병현의 한국야구 데뷔 등으로 7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내년 시즌 김응용 사장의 재등장도 대단한 흥행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걱정도 터져 나오고 있다. 김응용 사장은 좋은 기회가 온다면 한국야구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감독을 거친 조 토리 감독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부사장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 토리 감독은 부사장으로서 메이저리그 현장을 총괄해 운영한다. 김응용 사장은 야구인 출신으로서는 유일하게 KBO 총재(commissioner), 대한야구협회 회장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었다.

현재는 밝은 전망과 환영의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만약 한화가 내년에도 4위권 도전에 실패한다면 김응용 감독은 야구 외길을 걸으며 그 동안 쌓았던 명예를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 그것이 주위에서 하고 있는 걱정인데 김응용 사장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왜 김응용 사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감독을 하고 싶었는지 그 내면의 이유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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