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위기탈출, 정부정책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2.09.17 06:50

[기획 '한국건설 미래를 묻는다'를 마치며]건설사, 사업영역 다양·전문화 힘써야


 "3년내 건설업계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겁니다. 생존이 달린 몇 년이 되겠죠. 건설업계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대형건설사와 시공전문 중소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택, 건축, 토목 등 한 분야에만 집중된 중견건설사들은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문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고통이 뒤따르겠죠."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내 중견건설사 김모 대표는 한국건설산업의 미래를 이처럼 진단했다. 이 건설사는 주택사업 비중이 적고 토목과 건축에 강점이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축이란 파고에서 피해 있다.

 하지만 공공공사 물량 감소와 경기 위축에 따른 민간 건축경기 악화는 피해갈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올 수주 목표의 4분의 1만 채우는데 그쳤고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아 목표치의 절반을 채우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롯해 각종 공공공사가 건설경기 활성화 명분으로 추진됐지만, 경제구조상 건설투자 감소는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기업체수가 과도하게 많은 만큼 건설경기 부양책보다는 경쟁력없는 건설사가 자연 도태되도록 방치하는 게 차라리 나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치밀하게 역량을 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들어 공사비 절감이란 명목으로 실적공사비를 도입, 공사비가 줄어 건설사들의 수익이 악화됐고 최저가낙찰제를 확대 시행하면서 덤핑경쟁만 부추겼다"고 꼬집었다.

 몇 가지 조건이 붙여야 하지만, 분명 한국 건설산업엔 미래가 있다. 이를 위해선 보다 냉철한 현실 파악이 중요하다. 모두 8회에 걸쳐 다룬 '한국건설 미래를 묻는다'는 주제의 기획 시리즈는 이처럼 국내 건설산업의 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함이었다. 기획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각종 제보가 이어졌다.

 이중 눈에 띄는 제보는 '건설사들이 부도난 시행사 채무보증을 인수해 발생한 구상채권의 대손금이 비용처리가 안돼 법인세 감면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건설기업들은 부동산경기의 장기 침체로 시행사를 대신해 지급보증한 개발사업의 PF 대출 대위변제가 급증하고 있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27개 중견건설사 가운데 56%인 15곳이 PF 대출 대위변제에 따른 자금난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당시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한 계열사간 채무보증 규제가 유지돼 채무인수 대손금의 비용처리가 현재 불가능하다. 건설업계는 시행사 PF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없인 개발사업 자체가 불가한 구조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45조3468억원으로 추산되는 PF 대출 지급보증 액에 연체율과 대손율을 적용해 추정한 대손금은 연체율에 따라 5441억원(연체율 20%)에서 8162억원(30%)에 달한다. 비용처리가 안돼 내지 않아도 될 법인세가 1197억~1795억원.

 만약 4000억원 규모의 사고사업장의 채무를 인수했을 경우 대손금 비용처리가 안되면 총 800억원의 법인세를 부담해야 한다. 불필요한 세금이 건설사의 자금난을 부추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아직도 부실 위험에 덜 노출된 부동산 PF 대출은 일부 금융기관이 회수를 요구하며 건설사들을 옥죄고 있다"고 꼬집었다.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예측 가능한 미래에 맞춰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건설산업이 몰락할지, 경제구조 변화에 맞는 역할을 할지는 정부의 올바른 정책에 달려있다"는 김 대표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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