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힐링댄스'‥고두심·지현준의 묘한 '쿵짝'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2.08.10 12:03

[이언주 기자의 공연 박스오피스] 연극 '댄스레슨'

↑고두심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택한 연극작품 '댄스레슨'에서 스윙, 탱고, 비엔나 왈츠, 폭스트롯, 차차차, 컨템포러리 댄스에 이르기까지 모두 6가지의 춤을 선보인다. ⓒCJ E&M
서울 종로에 위치한 두산아트센터는 요즘 평일이고 주말이고 사람들로 붐빈다. '춤바람 난 고두심'을 보기 위해 몰려든 연극 '댄스레슨'의 관객들 때문이다. 중년여성들의 호응이 대단하다고 해서 고두심의 오랜 팬이기도 한 어머니와 함께 갔다. '엄만 좋아하겠지만 내 코드는 아닐거야'라는 약간의 선입견이 깔린 상태에서 연극을 봤다.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음보는 내가 먼저 터졌다. 이 작품 꽤 재밌다. '고두심'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주는 신뢰감와 기대감 때문에 극장을 찾는 이들이 분명 있었을 테고, 어쩌면 연극무대에서 국민배우를 가깝게 만난다는 것만으로 화제성도 있다.

그런데 마침 '댄스 레슨'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감칠맛 나는 대사의 묘미까지 더해져 객석의 공감을 살만 했다. 댄스강사 역을 맡은 신인배우 지현준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게다가 스윙, 탱고, 왈츠 등 모두 여섯 가지 춤을 한 무대에서 골고루 보여주니 그야말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격, 공연보고 돈 아깝다는 소리는 절대 안 나온다.

휴양지 해변가 고급 아파트에 노크소리가 들린다. 우아한 안주인이 "누구세요?"라고 묻자 "도둑이에요!"라는 웬 남자의 익살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70대 노부인이 춤을 배우기 위해 고용한 댄스강사다. 연극 '댄스레슨'은 6주 동안 매주 한 가지 춤을 가르치고 배우고 과정에서 벌어지는 삶의 이야기를 담은 2인극으로 국내 초연이다.

두 주인공은 사뭇 다르다. 우선 70대 상류층 여자와 아들뻘 되는 30대 남자, 여자는 평생을 목사의 아내로 남의 눈치를 보며 보수적으로 살았고, 남자는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지만 춤과 함께 자유롭게 살아가는 게이다.

우아하기는커녕 싸구려 막말만 내뱉는 춤 선생이 마음에 들 리 없는 여자는 남자를 경계하며 은근히 무시 한다. 6년 전 죽은 남편이 항상 곁에 있다고 생각하고 습관처럼 남편 이야기를 하는 등 자기방어에 강한 여자다. 사회적인 위치도 취향도 너무나 다른 둘은 티격태격하는 중에 불쑥불쑥 튀어나온 각자의 속 얘기 때문에 서로를 알게 되며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연극 '댄스레슨'에는 화려한 춤 속에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CJ E&M
이 작품은 '춤'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 녹아든 '인생 이야기'가 핵심이다. 왜 없는 남편을 있다고 거짓말 했냐며 따지는 남자에게 여자는, 슬픈 얼굴로 "남편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그 안정적인 느낌을 포기할 수 없었어"라고 말한다.

가족을 위해 굳세게 희생은 할지언정 남편이나 자식에게 마음 한편을 크게 의지하고 사는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춤 선생도 문득 여자의 인생을 이해하는 표정이고 두 사람간의 오해가 풀리면서 화해와 용서, 공감대가 이루어진다.

안 어울릴 듯 잘 어울리는 이 커플, 보면 볼수록 '쿵짝'이 아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노발대발 소리를 치다가도 조곤조곤 대사를 내뱉을 때는 어느 샌가 소녀로 돌변하는 고두심. 그는 천성 배우다. 여기에 보조를 맞추며 극에 활기를 더해주는 상대 배우 지현준. 객석을 향해 엉덩이를 과장되게 실룩거리며 종종 오버하는 그의 톡톡 튀는 연기와 강남제비 못지않은 춤 솜씨는 무척 매력적이다. 그날 극장을 떠나는 중년여성들의 입에서 '지현준'이라는 이름이 자꾸만 오르내렸다.

↑연극 '댄스레슨'에서 국민배우 고두심과 호흡을 맞춘 신예 지현준(왼쪽)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춤 솜씨를 발휘해 극에 활기를 더했다. ⓒCJ E&M
◇연극 '댄스레슨' = 9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5만·7만원. 1588-0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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