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광화문 떠나는 최시중의 '눈물'(종합)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강미선 기자 | 2012.02.22 18:31

22일 오후 5시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사옥 대강당. 이곳서 치루진 최시중위원장의 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상임위원들을 비롯해 사무국 소속 직원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단상에 오른 최시중 위원장은 미리 준비한 퇴임사를 읽어 내려가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지난 4년간의 위원장으로 생활했던 세월이 가장 보람되고 행복했다"는 말을 전할 때 흘러 내리는 눈물을 닦느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위원장은 "능력있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찾지못해 우리기술인 와이브로를 꽃피우지 못한 점과 통신요금을 인하했지만 국민들의 기대에 다소 못미쳤다"며 재임기간 중 아쉬운 점을 꼽았다.

특히 "인터넷 제한적 본인확인제(실명제)를 폐지하기로 정책방향을 잡았으나, 완결하지 못하고 떠난다"며 "(미흡한 점은) 여러분들이 잘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의 역점사업인 스마트 생태계 조성과 관련 이날 "스마트폰 도입이 왜 이렇게 늦었냐고 당당부서를 크게 질책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스마트 패권 경쟁에서 펼쳐지는 지금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와 미디어 산업은 주춤거릴 여유가 없다"며 "향후 1~2년은 우리 방송통신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시시비비에 휩싸여 시간을 허비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공식적인 이임사 이후 '천망불루(하늘의 그물은 눈이 넓어서 죄인을 결코 빠트리지 않는다)', '화이부동(화합하되 개성을 살린다), 새옹지마(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 등 평소 자신의 좌우명이 담긴 사자성어들을 열거하며 직원들에게 소신있는 정책 추진을 당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렸던 최 위원장은 2008년 3월 초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지난해 3월 2기 위원장에 재선임되면서 이날까지 위원장직을 맡아왔다. 근무일수만 1400여일. 이명박 대통령이 기용한 고위직 공직자 가운데 최장수 기록이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정부 출범 초기 KBS, MBC 등 주요 경영진 교체와 종합편성채널사업자(종편) 출범 등 민감한 미디어 현안을 강행처리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올해 초 그와 그의 측근을 둘러싼 비리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지난달 27일 결국 불명예 퇴진 의사를 밝혔다.

이날 최 위원장은 "자신은 조직에 힘이되는냐 짐이 되느냐로 자신의 거취를 정해왔다"며 "이번 퇴임 또한 힘이 되는 시기가 지나고 짐이되는 시점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대학진학을 위해 서울에 올라온 뒤 50년 넘게 광화문을 떠난 적이 없지만 이제는 광화문을 떠나려 한다"며 "그동안 고맙고 은혜를 받은 점 잊지않겠다"며 마지막 소회를 피력했다.

이임식이 끝난 뒤 최시중 위원장은 주요 보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방통위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그동안 정들었던 광화문 사옥을 떠났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
  4. 4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
  5. 5 "연락 두절" 가족들 신고…파리 실종 한국인 보름만에 소재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