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TV '스마트 영토' 전쟁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서명훈 기자, 강미선 기자 | 2012.02.10 05:00
안방에서 통신과 TV간 전쟁이 벌어졌다. 국내 최대 유선통신 사업자인 KT가 '1위 TV 브랜드'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사용자들의 애플리케이션(앱) 접속을 10일부터 차단하겠다고 선포한 것. 삼성전자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KT가 접속차단 행위를 강행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따른 제제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경고했다. KT가 방통위 경고를 무시할 경우, 당장 삼성 스마트TV 구입 가구 중 KT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은 비디오와 웹브라우저, 애플리케이션 등 스마트 TV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된다.

◇무임승차 vs 망중립 위반… 통신-가전 정면 충돌

올 것이 왔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에 이어 스마트TV로 확장되는 스마트 플랫폼 주도권 다툼에서 통신 인프라 기반의 통신 사업자와 TV 하드웨어 기반의 TV 제조사간 정면 충돌은 일찌감치 예고돼왔다.

KT가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스마트TV 접속차단'이라는 초강수를 둔데는 무엇보다 글로벌 TV 1위 브랜드인 삼성전자를 '네트워크 이용대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스마트TV가 유발하는 트래픽은 현재로선 위험수위가 아니다.

그러나 스마트TV 보급속도가 빨라지면서 머지않아 전체 초고속인터넷망을 다운되는 '블랙아웃' 사태를 유발할 것이라는 게 KT의 우려다. KT 관계자는 "PC와 달리 스마트TV는 HD, 3D급 대용량 고화질 트래픽을 장시간 송출하는 스마트TV는 통신사업의 잠재적 최대 위협요소"라며 "특히 스마트TV 같은 대용량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독점할 경우 주변 가입자에게 할당된 대역폭까지 잠식해 전체 인터넷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TV 제조사들이 무임승차하는 바람에 스마트TV로 폭증하는 트래픽 용량 증설을 위한 투자비용과 스마트 TV 서비스 개통과 애프터서비스(AS)까지 고스란히 통신사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논리다. 때문에 KT는 그동안 협상요구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온 삼성전자만으로 한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측은 '누구나 차별없는 서비스를 이용해야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TV업계 진영에서는 사용자들이 정당한 인터넷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사들에게까지 네트워크 사용대가를 요구한다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사용자들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든지간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한다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KT가 주장하는 대로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지 객관적인 검증도 없지않느냐"고 꼬집었다.


◇구글TV·애플TV 출시되는데…

업계에서는 이번 KT-삼성전자간 갈등이 구글·애플이 스마트TV 사업을 전면화하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KT의 경우, 구글TV, 애플 iTV가 향후 국내 시장에 상륙할 경우를 대비해 '네트워크망 가치'를 인정받는 풍토를 미리 조성해놓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안방시장에서 발목이 잡혀 글로벌 스마트 TV 사업전략 자체가 차질을 빚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스마트TV 플랫폼에서는 애플과 구글에 주도권을 내주지않겠다는 각오로 일찌감치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스마트TV 콘텐츠 확보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왔던 상황이다.

때문에 양사가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굳이 네트워크 사용료를 일괄 지불하는 방식이 아닌 통신사업자는 안정된 데이터망을 제공하고 스마트TV사업자는 고품질 서비스를 개발해 수익을 키워 분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구글TV·애플TV가 올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스마트TV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트랜드"라며 "제조사와 통신사간 발전적인 협력을 통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성공적인 롤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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