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스마트TV 접속차단 '초강수'...왜?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12.02.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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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망대가' 협상 압박용…구글·애플 견제논리도 본격화될 듯

국내 최대 유선사업자인 KT (37,300원 ▼400 -1.06%)가 스마트TV 접속차단 조치를 취하면서 배경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은 제조업체와 통신서비스 사업자간 비용분담 논의가 시작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인터넷 종량제'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모바일 시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구글이나 애플 등 대형 외산업체들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제조나 콘텐츠업체의 '망 무임승차'에 대한 통신사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KT는 10일부터 삼성 스마트TV의 애플리케이션 접속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단 최근 협상의지를 보인 LG전자는 1차 접속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당장 KT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중 삼성 스마트TV 구입가구들은 주문형비디오(VOD)와 게임, 교육용 콘텐츠는 물론 TV 웹브라우저를 통한 인터넷 서핑까지 이용할 수 없게된다.

KT가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마트TV 접속차단이라는 초강수를 둔데는 무엇보다 TV제조사들을 '인터넷망 이용대가' 협상 테이블에 적극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장 스마트TV로 인한 트래픽량이 위협적이지만 스마트TV 보급이 급증하면서 향후 감당할 수 없는 데이터 폭증 사태로 이어지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것.


박종진 KT 상무는 "PC와 달리 HD, 3D급 대용량 고화질 트래픽을 장시간 송출하는 스마트TV의 특성상, 현재의 추세대로 스마트TV가 보급된다면 머지않아 통신망 블랙아웃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마트TV 같은 대용량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독점할 경우 주변 가입자에게 할당된 대역폭까지 잠식해 전체 인터넷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KT는 이날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가 최대 265배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실측자료까지 제시했다.

이같은 논리로 통신업계는 지난 1년간 수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측과 인터넷망에 대한 이용대가를 협의해왔으나, 제조사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이같은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 상무는 "단기간에 발전적 협상을 통해 제조사와 통신사가 국내에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제대로된 스마트TV 서비스가 활성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KT의 스마트TV 제한조치가 TV제조사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KT의 조치가 인터넷망 중립성 논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현재 모바일음성메신저(m-VOIP) 등 모바일 서비스와 관련해 포털 등 콘텐츠 업계와 대립해온 상황에서 스마트TV 사업자들과의 우선 협상을 통해 '네트워크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향후 이와 유사한 분쟁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스마트TV 접속차단 조치를 통해 과거 해묵은 이슈였던 '유선 인터넷 종량제'를 수면 위로 또다시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망중립성 논란과 맞물려 이용자들이 데이터 트래픽을 쓰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분쟁해결의 방안으로 거론돼왔다.

이에따라 이번 이슈를 쟁점화함으로써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돼왔던 '인터넷 종량제' 문제를 재논의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겠다는 포석도 숨겨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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