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콘텐츠, 트렌드의 앞머리를 잡아라”

머니투데이 황해원 월간 외식경영 | 2012.02.03 21:33

(주)이야기가있는외식공간 오진권 대표

(주)이야기가있는외식공간의 오진권 대표가 현재까지 외식업계 대부로 불리며 많은 외식업주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은, 외식업에 대한 고민을 그의 인생에 ‘진정’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부친의 사업 실패로 배고프게 살았던 어린 시절,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외식업 꿈을 키웠기에 현재 그가 가고 있는 길은 그토록 손에 쥐고 싶었던 생명줄이자 운명이다.

그는 지금까지 제법 많은 외식 브랜드를 히트시켰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철학이 담긴 각각의 브랜드에는 그만의 색깔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경험, 좌절들이 모이고 쌓여 관용과 이해가 탄생되었고, 그것은 곧 소비자 니즈를 정확하게 분석한 콘텐츠로 작용한 셈이다.

◇ 고객을 리드하려면 트렌드 초읽기에 주력해라
오 대표를 만난 건 제법 이른 아침, 사당역 부근에서였다. 그는 노숙자들을 상대로 무료 아침 식사 제공 봉사 활동 중이었다. 나누고 베풀며 사는 것이 진정한 외식업자의 뜻이라는 생각으로 6년 전부터 시작한 일이다.

매일 아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배고픈 이들과 마주한다. 식사하는 이들의 표정을 살피며 부족하거나 불편하지는 않은지를 체크하고, 사람이 많이 모인다 싶으면 손수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밥과 국을 그릇에 담는다.

“밥도 굶어봤고 이들보다 더 비참한 노숙 생활도 했어요. 살기 위해 구두닦이, 라이터 노점상, 빨랫줄 장사, 직업군인, 택시기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죠.” 가난과 배고픔으로 어린 시절 그는 많이 야위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랬던 경험은 그를 정신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죽지 않기 위해 뭐든 다 해야만 했던 고통스러운 시간은 결국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의와 집중력으로 다져졌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잘 할지, 또는 잘 될지에 대한 것만 생각하며 살다보니 선견지명이 생겼고 새로운 것에 남보다 앞서 도전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놀부>가 그 시작점이었어요.”

그는 외식업 콘텐츠를 캐치하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좇는 연습부터 하라고 전한다. 그것도 끄트머리가 아닌 ‘앞머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

“가혹한 말이지만 국내 외식업은 포화상태인 만큼 1등을 해야지만 살아남습니다. 예전에는 4~5등 정도만 해도 웬만큼 먹고는 살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IMF를 기점으로 사회는 정보와 신용카드의 사회로 변화했고 고객은 다양하고 풍부한 검색 엔진을 통해 이제는 외식도 선별해서 하려고 해요. 맛과 서비스, 위치 등 각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경쟁력이 돼야 하고 그것은 곧 매장의 개성을 드러내는 콘텐츠와도 연관됩니다.”

어려운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 한 해를 시작할 때 경제전문가들 입에서 ‘올 해 경기는 아주 순탄할 것으로 예상 된다’는 말이 나온 적은 손에 꼽힌다. 그러니 경기 탓은 이제 접어두고 고객을 리드할 수 있도록 트렌드 초읽기에 주력한다면 외식업은 그래도 승산이 있다.

◇ 좋은 식재료 공급 위해서는 발품 팔아야 한다
그는 군대에서만 11년의 시간을 보냈다. 1974년도에는 사병식단을 책임지는 취사병으로 근무했는데, 밥맛이 좋아 당시 군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에게 특별한 요리 솜씨는 없었다. 정해진 레시피대로 좋은 재료를 정량대로 넣고 있는 그대로 조리한 게 전부였다.

“그때 식재료의 중요성을 처음 알았습니다. 맛은 조리사의 실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재료와 정성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원재료의 신선함에서 오는 맛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식재료 공급에 있어서는 애착과 노하우가 대단하다. 맛과 퀄리티가 뛰어난 제품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발품 팔아 직접 다닌다. 얼마 전에는 돼지고기 공급을 위해 제주도에 다녀왔다. 복분자 사료를 먹여 키운 제주복돈을 들여오기에 앞서 생산 시설과 환경 등을 파악하기 위해 농장을 방문한 것이다.

“식재료의 퀄리티는 단순히 음식의 맛만 최상으로 끌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제철식재료를 어디서 어떻게 공급받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해당 식재료를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음식점의 좋은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습니다. 음식점에서 음식 이야기로 스토리텔링하는 것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 외식업,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제주도 도축장에서 업자들이 무쇠로 된 솥뚜껑에다가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보고 그는 놀부 솥뚜껑삼겹살을 만들어냈다.


그의 야심작인 한식저잣거리는 한국 전통문화와 한식을 접목한 대규모의 한국외식문화공간으로 ‘한식세계화에 앞서 단순히 한국 음식만 어필할 것이 아니라 전통 문화 요소를 접목해 알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그의 생각을 실현한 셈이다.

이처럼 그는 새로운 외식 아이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관심과 발견, 진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서인 「맛있는 성공」에서도 필히 강조한 부분은 바로 ‘발견’에 대한 것이다.

“외식산업에서 이제 ‘발명’은 전무하다고 봐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어딘가에서 새롭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부터 알고 있던 것에다가 늘 다른 색깔과 맛을 입혀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꾸준히 생각하고 발품 팔아 괜찮은 외식 아이템을 찾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관심과 집중은 개척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활로입니다.”

◇ 실패 경험은 중요한 콘텐츠 자산이다
1975년도 스물다섯 되던 해, 4평짜리 분식점으로 외식업에 첫 발을 디뎠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 하루쯤은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다는 생각에 은연중 소망했던 일이었다. 간절히 원한만큼 긍정적인 결실은 오게 마련. 장사가 제법 잘 됐고 1987년도에는 신림동 신림극장 뒤편 골목에 보쌈집을 오픈했다. 그것이 놀부보쌈의 시작이다.

그 후 실패와 성공 사이의 궤도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다. 야심차게 구성한 브랜드가 고배를 마셔야 하기도 했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면서 예상치 못 한 문제에 봉착해 난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오너의 다양한 실패 경험은 브랜드의 귀한 콘텐츠 자산이 된다. 적당한 시점에서 멈추지 않고 될 때까지 도전하는 과정에서 얻고 배우는 것들은 실로 어마어마하며, 그러한 것들이 브랜드에 다 녹아난다는 것이다.

“나만큼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멋진 실수와 실패는 많이 하면 할수록 인생은 더 멋있어지는 법입니다. 난 지금까지도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콘텐츠와 좋은 상품들을 많이 만들어낼 것입니다. 급하게 굴 필요 없습니다. 외식업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 오진권 대표의 외식업 콘텐츠 5계명
1. 건강
-5000원 짜리 점심을 먹어도 건강식을 찾는 추세다. 예전에는 웰빙이 매장의 대표 콘셉트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본이 됐다.

2.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가 안 통하는 세상
-간단하고 깔끔한 식단이 주를 이룬다. 단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 메뉴는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이제는 ‘차린 게 많습니다. 구미에 당기는 걸로 골라 즐거운 식사를 하세요’가 통하는 세상이다.

3. 음식 궁합
-음식 하나하나 맛만 보려고 하지 말고 상차림의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재료 별 궁합, 메뉴 간의 궁합을 짚어내야 한다. 음식 역시 어울림의 문화다.

4. 식재료
-식재료의 퀄리티와 메뉴의 가치는 철저한 비례 관계다. 이는 매장 수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5. 실패
-무엇이든 절박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시작한 보쌈집이 지금의 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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