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경북 구미공장에서 만난 김준섭 피엔티 대표(사진)는 "LG, 삼성 등에서 먼저 찾아와 주문을 하고 여기에서 매출의 90%가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액 473억원 중 400억원 이상을 '가만히 앉아서' 벌었다는 얘기다.
이런 사업의 비결은 전체 직원의 80%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인력에 있다. 김 대표부터 금오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해 설비설계 분야에서 21년을 일해온 전문가다. 김 대표는 "R&D 인력 중 70%가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들"이라고 귀띔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프리즘·광학필름 코팅 설비를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특수박 도금기술과 LCD 폴리싱 설비를 개발한 것도 R&D 인력이 밤샘 연구·개발에 매달린 덕이다. 이젠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만이 아니라 미국·중국·유럽·대만 기업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김 대표는 "주력 분야인 롤투롤은 최근 기계산업의 대세"라며 "누가 할 수 있느냐만 남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부터 증시 상장을 준비해 온 것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2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공모자금 역시 모두 설비투자와 중국 등 해외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상반기 미국·유럽발 위기로 공모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하나그린스팩과의 합병 상장을 선택했다.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으로는 화신정공과 알톤스포츠에 이어 세번째다.
앞선 두차례의 스팩상장업체의 주가가 부진한 편이지만 김 대표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 장비를 공급하는 만큼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사업 확대 전략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이익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피엔티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큰 타격 없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최근 3년 동안 매출은 평균 51.2% 늘었고 이익률도 10%를 웃돈다.
김 대표는 "2차전지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해외장비 대체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올해에는 매출 832억원, 내년은 1047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엔티는 오는 12월8일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말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합병비율은 1대4.5670662, 합병 뒤 1367만882주가 신주로 발행돼 총 발행주식은 1890만2882주로 늘어난다.
합병 뒤 최대주주는 김 대표로 지분율은 28% 안팎이다. 그밖의 투자자는 퓨처제일호사모투자 외 6개사(31.19%), 유진자산운용(4.36%), 하나대투증권(2.8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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