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여유와 웃음이 필요할 때

머니투데이 장영 인베스트코리아 투자홍보전문위원  | 2011.11.16 06:52
한 남자가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의 안경에 김이 서립니다. 그 순간 그는 컵라면 뚜껑을 열고 아직 풀리지 않은 라면 덩어리를 들어 올려 입으로 가져갑니다.

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며 말합니다. "차근차근히 해, 알았지?" 그리고는 바로 부하직원에게 다가가 확인합니다. "다 됐지?"

한 커플이 TV 드라마 '아이리스'에 나왔던 입에서 입으로 사탕을 전달해 주는 한 장면을 패러디 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연인의 입으로부터 사탕을 건네받자마자 사탕을 우두둑 깨물어 먹으며 드라마의 낭만적인 장면의 환상을 깨버립니다.

위 내용은 한국 사람들의 급한 성격을 보여주는 올레(Olleh) 4G 롱텀에볼루션(LTE) TV 광고 시리즈 중 몇 가지 장면들입니다. 저는 이 TV 광고에 공감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의 '빨리 빨리' 문화를 재미있으면서 너무나도 정확하게 보여줘서 공감을 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찔리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몇 주 전 한 스위스 회사 대표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발표에서 한 가지 예로 스위스인과 한국인의 차이점을 등산에 비유했는데, 스위스인들이 산 아래에서 등산 장비를 점검하는 동안 한국인은 이미 산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로 스위스인은 모든 계획을 완벽히 세워 일을 시작하려는 것과 달리 한국인들은 우선 일부터 시작하려고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스위스인과 한국인 모두는 그의 비유에 동감하며 웃었지만 저는 한편으로 약간 당혹스러웠습니다.

저는 비행기 안에서도 똑같은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을 느낍니다. 착륙 직전 승무원들은 비행기가 착륙해서 완전히 멈출 때까지 좌석벨트를 풀지 말고 핸드폰을 켜지 말라는 방송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내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을 켜고 일어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과 서양인들 간에 여유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 때는 낯선 사람을 마주치는 때입니다.


몇 달 전 저는 한 낯선 젊은 여성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한국인으로 보였지만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제게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조금 놀랐지만 조금 뒤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고 영어로 대화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왜 미소를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소 짓는 데는 단 몇 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을 제대로 대우하려면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빨리빨리 문화에서는 나올 수 없는 여유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낯선 사람과의 지나가면서 대화하는 것은 흔한 일입이다. 혹자는 미국인들이 좀 과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 사람의 무뚝뚝함은 우리에게 한 치의 여유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필자 역시도 한국에 오래 살다보니 여유가 없는 태도로 점점 그렇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이웃동네로 산책을 간 적이 있습니다. 한 서양인 여성이 애완견을 데리고 지나가다 저를 보고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예기치 못한 터라 머뭇거리다 어색하게 웃었지만 이미 그녀는 지나간 뒤였습니다. 그녀는 저를 보고 미소가 없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 실종된 여유와 웃음을 되찾을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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