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 버스타는 장관

머니투데이 안홍철 코트라 인베스트코리아 커미셔너 2011.10.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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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 버스타는 장관


거의 매일 조찬회 혹은 오찬회 혹은 만찬회 등 각종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장관님들. 연회비가 만만치 않은 회원들이 고급호텔로 초대를 했으니 무언가 한 말씀을 해야 하고, 자연스레 정책 구상을 한 자락 펼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다음날 신문에 기사로 나타난다. 정부정책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터 잡은 장관님들의 정책발표 방식이다.



정부정책 홍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수요자는 과연 그들만인지? 왜 서민들은 기자단을 향한 장관님들의 브리핑을 통하기보다 소수인원을 향한 장관님들의 발언을 취재한 기사를 통해 정부정책을 접하는 경우가 더 많아야 하는지?

장관님들은 주말에도 가족과 함께 지내기보다는 공인으로써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말이면, 특단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한, 가족과 함께 관용차 대신 버스나 지하철 혹은 택시를 타고 친지를 만나거나 서민들의 발길이 닿는 곳을 향하는 것이 서민의 웃음과 눈물의 속내를 바로 알 수 있는 첩경이 아닐까?

버스 정거장엔 어떤 편의시설이 필요하며 재래시장은 무엇이 개선되어야 초수퍼마켓과 경쟁할 수 있을른지? 장관님들이 그들의 입장에 서서 치열한 고뇌를 할 때 서민의 가슴에 와 닿는 정부정책은 가능하다고 본다.

어느새 주름이 늘어난 아내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서점에 들러 신간서적을 뒤지고, 영화관이나 미술관 혹은 박물관도 들리고, 근처 값싸고 맛있는 설렁탕집이나 순대집 혹은 국밥집에 들러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그들로부터 정책 불만을 듣기도 하는 우리들 생활 속의 장관님들은 한낱 꿈일른가?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걷기보다 주로 자가용을 탄다. 주말에도. 버스와 지하철 환승 방법은 아시는지? 버스카드는 있으신지? 버스, 지하철에 어떤 광고가 실리고 있지 아시는지? 목적지까지 가려면 얼마가 소요되는지 아시는지? 어느 노선을 타고 어디서 어느 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지 아시는지?

미국 국세청은 회사가 다수의 고객을 위해 사전에 프로그램을 짜두고 지출하는 골프관련 비용 외에는 주말 골프지출의 비용인정을 부인하고 있는데 우리는 기업체의 골프 접대비를 모두 인정하고 있다. MB정부 들어 공무원들의 골프장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데 누구랑 어떤 사업상 이유로 주말마다 골프지출을 하는 걸까?

모두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보건만, 아직도 주말에 직원을 직장으로 불러내는 임원들을 본다. 주말이면 집에서 마누라에게 꼼짝 못하는 게 싫어 직원들을 불러내는 경우도 있다고 듣는다. 21세기 한국에 맞는 패러다임으로써 주말 휴식을 지키고, "개인용무" 혹은 "가사" 때문이라면 그 사유를 캐묻지 않는 휴가풍토가 아쉽다. 생산성 향상은 그런 풍토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이즈음 주말이면 뉴욕 맨하튼, 보스턴, 런던, 파리, 로마 등 세계 주요 대도시는 수 백억원의 보너스를 챙기며, 성곽 같은 집에서 현대판 하인들을 두고 사는 금융계 임원들의 끝없는 탐욕이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데에 절망하여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주말에도 걷는 대신 기사가 모는 자가용을 타고, 회사카드로 가족과 함께 고급 식당을 찾고. 인문학 서적은 읽지 않고, 전문 서적만 읽고. 대중 골프장 대신 몇 년을 기다려야만 회원이 될 수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서민들처럼 시립병원 환자 대기석에서 초조하게 의사를 기다리는 대신 값비싼 일류 병원에서 정중한 대접을 받으며 진료를 받는 그들의 탐욕에 실망한 군중들 틈에는 조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만 같은 세계적 학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주말엔 공무를 쉬며 버스를 타고 서민들과 함께 대중식당을 찾는 장관님들의 모습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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