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금융권 겨냥 "월스트리트 시위 남일 아니다"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변휘 기자 | 2011.10.12 17:19
정치권이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회사를 겨냥한 정책 마련에 들어갔다. 서민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금융사들이 자기 이익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반(反) 금융권 시위가 도화선이 됐다. 시위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까지 상륙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역시 정치권의 '금융회사 때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1만 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를 가맹점이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자, 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1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소액 카드결제 거부 문제는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11일 비공개로 열린 정책위원회에서도 정부안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 문제를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에 논의하자고 주문했는데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당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 주문도 제기됐다. 홍준표 대표는 "(영세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좀 더 내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왜 카드업계는 전혀 부담을 안 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경재 의원은 월스트리트 시위를 거론하며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높이는 돈벌이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챙기고, 많은 상여급을 줬다. 주가가 폭락해 투자자는 손실을 입는데도 증권사들은 돈을 많이 벌고,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금융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금융권은) 이득이 나면 자기들이 나눠 갖고, 손해가 발생하면 국민들의 혈세로 막으려 한다"며 "금융기관이 연말에 돈 잔치하는데 대해 엄격히 경고하고, 지금까지 부었던 공적자금 회수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야권 역시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월스트리트 시위에 대해 "1% 특권층을 위해 99% 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사회를 거부하고 금융자본의 횡포를 규탄하며, 현재의 세계경제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분노를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중소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것은 잘못"이라며 "음식점 주인과 국민은 고통스러운데 카드업계만 배불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카드사의 고통분담이 없으면 어떤 대책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카드사들이 중소자영업자의 협상력이 부족한 것을 악용,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의원은 저서 '중산층 빅뱅'을 통해 "외환위기 당시 17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기업·금융권에 투입하고 뒷감당은 중산층·서민이 졌지만 그 결과는 중산층이 서민층으로, 서민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양극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 처럼 여야 가릴 것 없이 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일부는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권 관계자는 "월스트리트 시위가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금융회사가 지나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조치가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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