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식 '비추' 10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홍찬선 베이징 특파원 | 2011.10.12 11:57

[머니위크]홍찬선의 차이나리포트<7>/상하이종합 2400선 붕괴됐지만 사는 것은 위험

편집자주 |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비행기로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1년에 왕래하는 사람이 600만명을 넘고, 교역량도 2000억달러를 초과했다. 5000년 역사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1948년부터 1992년까지 국교가 단절돼 있던 44년 동안, 매우 멀어졌다. 아직도 생각과 체제에서는 좁혀야 할 게 많다. 차이나 리프트는 홍찬선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이 2주에 한번씩, 먼 중국을 가깝게, 가까운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상하이종합지수 2400선이 붕괴돼 주가가 가치에 비해 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주식을 살만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9월29일 오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대표처 주최로 열린 '한중경제포럼'에서 만난 중국 국가경제정보센터(國家經濟信息中心)의 판젠핑(范劍平) 경제예측부 주임은 "중국 상장회사들은 배당을 거의 하지 않아 안정적 투자수익을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 9.6%나 됐고 기업 수익 증가율도 30%나 되는데 상하이종합이 2400선마저 내줄 정도로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날은 바로 상하이종합지수가 2365.34에 마감돼 2400선이 붕괴됐던 날. 2010년 7월5일 이후 1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날이기도 했다.

'주가가 가치에 비해 많이 하락한 지금이야말로 우량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답변을 기대하며 건넨 질문이었는데 전혀 뜻밖의 답변이 나와 순간적으로 약간 당황했다. 상하이종합지수 2600선이 무너졌을 때 중국 증권회사의 장세분석가(스트래티지스트)와 기업분석가(애널리스트)들이 한결같이 "2500선 아래선 주가가 가치에 비해 싼 영역이어서 장기적 시각에서 사서 보유하는 '바이 앤 홀드(Buy & Hold) 전략'이 유효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던 것과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어리둥절한 필자의 모습을 본 판 주임은 보충 설명을 했다. "배당을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투자자들이 거의 없다. 단기차익을 노린 거래가 많아 주가변동률이 크다. 은행 주가가 많이 떨어져 PER(주가수익비율)이 10배 아래로 떨어졌지만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고 지방정부의 부채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어 투자하는 데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판 주임의 설명을 듣자 지난 8월 "주식투자는 위험하니 피하라"고 강조하던 장타오웨이(張陶偉) 칭화(淸華)대학교 경제관리학원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당시 상하이종합지수는 한때 2437.68까지 폭락한 뒤 겨우 2600선을 회복하고 있었다. 8월6일, 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한 태풍에 휩쓸렸다가 가까스로 헤어나오는 중이었다. '2437까지 하락했다 2600을 회복했으니 바닥을 확인한 셈이니 강하게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더 떨어질까?'라는 의구심으로 장 교수의 지적을 흘려들었다.

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 9월30일에 2359.22에 마감된데다(중국 증시는 건국기념일 연휴로 10월3~7일 중 휴장했다), 판 주임의 '중국 증시 위험론'을 듣자 장 교수가 제시했던 '중국 증시가 못 오르는 10가지 이유'가 근거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 역시 '주가가 떨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증시격언이 틀리지 않다. 장 교수의 10가지 이유를 간단히 소개한다.



첫째 끊임없는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으로 증시자금을 빨아간다. 2010년에 1조위안(약170조원)을 넘었던 주식공급량이 2011년에도 1조위안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는 주식의 가격인 만큼 공급이 늘어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중국 은행의 대출은 지난 몇 년 동안 102조위안(1경7340조원)이나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은행의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필요자금을 대출보다는 주식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셋째 은행은 대출증가에 따라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증자가 불가피하다. 은행은 올해만 5000억위안(85조원)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


넷째 주식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보다 낮아 마이너스 금리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이 개인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신탁 등을 활용한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2006년에 6000억위안을 모집한 것을 비롯, 현재까지 7조위안(1190조원) 정도가 고금리 상품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섯째 대주주들이 보유주식을 축소하고 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알리바바의 CEO인 마윈(馬云) 사장과 펀총쭈안메이(分衆傳媒)의 장난춘(江南春) CEO 등 대주주들이 보유지분을 일부 처분했고, 지방정부도 보유주식을 줄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금융긴축 정책으로 은행 대출이 어렵게 된 기업들도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다.

여섯째 상하이증권거래소의 국제부 개설 가능성이다. 당초 올해 안으로 오픈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럽 위기 등으로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나, 국제부가 열릴 경우 A주식 수요는 줄어들어 주가 약세 요인이 될 것이다.

일곱째 개인 부자들이 중국 내 주식보다는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 부동산 투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부동산은 소유권이 아니라 70년 사용권이어서 이에 불안을 느낀 부자들이 재산 일부를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덟째 주식형 펀드가 투자자 신뢰를 잃었다. 2007년에 A주식 시가총액이 9조위안이었을 때 주식형펀드는 3조위안이었는데, 현재 시가총액은 20조위안으로 늘었지만 주식형 펀드는 오히려 2조3000억위안으로 감소했다.

아홉째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으로 주식의 상대적 이점이 줄어들었다.

열째 금융긴축과 거시경제 조정정책으로 기업 이익률이 낮아지고 있다. 중국은 최저임금을 지난해 평균 22.8% 올린데 이어 올해도 20% 넘게 인상하고 있다. 위안화도 현재까지 4% 넘게 절상됐으며 연말까지 1~2% 더 비싸질 것으로 예상돼 수출기업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장 교수가 약 2개월 전에 역설했던 것처럼 중국 증시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 2400선이 붕괴되면서 18년 동안의 주식인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28일, 중국의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 '차이피아오장삥(彩票姜兵)'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올해만 55만위안(9350만원)의 손해를 봤고, 18년 동안에 120만위안(2억400만원)을 잃었다. 어제(9월27일) 주식을 모두 팔고, 1993년부터 시작한 18년 동안 꾸민(股民, 주식투자자) 인생을 끝낸다"는 사연을 올렸다.

장삥 씨의 이런 글에 대해 "그대는 언제 다시 돌아올 건가요?(何日君再來)"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장삥 씨는 "주위에서 주식투자를 하는 친구 가운데 90%가 손해를 보고 있다. 어떤 친구는 나보다 손실규모가 훨씬 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증시에는 '최후의 낙관론자가 비관론으로 돌아설 때가 바닥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4월8일, 3067.46(장중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6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지수는 고점보다 719.24포인트(23.44%)나 하락한 상태다.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홍콩 유럽 미국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는 최근 낙관론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증시격언대로라면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판 주임이나 장 교수가 지적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중국 주식이 고점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선뜻 매수기회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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