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위기 시작됐다" 기업들 현금확보 '총력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1.10.04 06:00

채권발행·금융권 차입·유증 등 총동원…中企 돈 못 구해 비상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다.

위기 때는 일단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학습효과도 적잖다.

◇ 대기업 전방위 현금확보 러시 = 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10월 첫째주인 오는 7일까지 회사채 발행 규모는 10조930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9조1412억원)보다 20%가 늘었다.

당장 현대제철이 오는 7일 3200억원 규모의 4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다. 운영자금과 차환자금 용도다. 계열사인 현대차도 하루 앞선 6일 차환자금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SK해운은 4일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로, 롯데건설은 6일 차환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한다.

지난달에도 포스코(5000억원), 호남석유(5000억원), LG전자(1900억원), GS칼텍스(2500억원), LG실트론(1000억원), SK C&C (166,000원 ▼2,900 -1.72%)(1000억원) 등이 원자재 구매 결제 등의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3~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 금융기관 차입·유증도 봇물 = 금융기관 대출도 줄을 잇고 있다. 대한통운은 지난달 30일 차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1200억원을 차입했다. 같은 날 아시아나항공도 운영자금용으로 550억원을 차입했다.

이틀 전인 28일에는 한라건설이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하겠다며 690억원을 대출했다. 롯데관광개발(255억원), 동양시스템즈(150억원) 등도 금융기관에서 빚을 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체 조달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25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했던 한진해운은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23일 47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자금 중 1800억원은 선박건조에, 292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이밖에도 회사채 발행을 통해 2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동양그룹 지주사인 동양(옛 동양메이저)도 지난달 15일 운영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83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 "실물경기 침체 우려에 현금 곳간 채우기" = 이들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사가 현금 확보에 목을 매는 이유는 불투명한 경기전망 때문이다. 선진국발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불안이 제조업 위축 등 실물경기 하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표적인 경기판단 지표인 구리가격이 지난달에만 23% 급락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구리값 급락이 글로벌 경기둔화를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대비해 보유 현금을 쓰기보다는 저금리 자금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는 게 대기업들의 판단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대차만 해도 지난 2분기 말 기준 현금과 3개월 안에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 규모가 6조6300억원"이라며 "회사채 추가 발행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자금을 쌓아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 유동성 비상…"리먼사태 때보다 나빠" = 중소기업은 현금을 구하지 못해 죽을상이다. 대기업과 달리 신용등급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회사채 발행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나마 기대볼 만한 증시도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빈 곳간'이 된 지 오래다.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지난 8, 9월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기간 비상장사의 유용한 자금 확보 수단인 기업공개(IPO)도 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은행 문은 여전히 높다. 은행들도 위기 체제로 전환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심사가 엄격해졌다.

지난 8월말 기준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전달말보다 1322억원이 줄었다. 신한은행도 4490억원, 우리은행은 4541억원, 외환은행은 4028억원, 하나은행은 554억원이 줄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돈을 구할 데가 없다 보니 사채시장이나 고금리 제2금융권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울며 겨자먹기지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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