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대창 '23년 우정'…'진짜 친구'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1.09.30 05:20

[세기의 짝꿍, 100년 은행 100년 기업의 따뜻한 동행]<2> 하나은행- 하

편집자주 |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주도해 온 기업의 뒤엔 은행이 있다. 기업가 정신과 은행의 실물지원이 결합한 성취가 '경제발전'이었다. 은행과 기업은 동반자다. 상생 협력과 공생의 모델이다. 실제 기업과 은행의 끈끈한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는 적잖다. 수십 년 씩 장기간 거래를 지속해 온 기업과 은행의 관계는 '이해타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과 의리가 묻어 있다. 금융과 실물의 '아름다운 동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은행과 기업의 동반자 관계를 조명하고 역사와 현재, 미래를 전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지방 지점과 소기업의 만남부터 은행과 대기업의 거래, 금융과 실물의 소통까지 아우를 예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하나은행의 여신 지원과 환헤지 조언 덕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시화공단에 위치한 (주)대창. 1974년 설립된 이 회사는 반도체, 전기 전자부품, 자동차, 선박, 산업용 기계류 등의 소재로 쓰이는 황동 소재와 동양극(Copper Anode)을 전문으로 만드는 중견기업이다.

연산 생산능력 15만톤 규모로 국내 황동봉(황동으로 만든 봉) 업계 1위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는다. 수출과 내수 비중이 6대4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도 갖췄다. 전세계 업계 순위론 3위다.

이런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환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한 회사지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은 떠올리기 싫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해 손실이 커졌다. 더 큰 악재는 환율 폭등이었다.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에 들었던 대창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줬다.

▲조시영 대창 회장.
37년간 대창을 일궈 온 조시영(66) (주)대창 대표이사 회장(사진)은 "회사를 설립한 이래 가장 힘든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영업손실과 순손실 폭이 커지자 '잘 나가던' 회사의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그러자 믿었던 은행들이 여신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로 변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달랐다. 대창을 믿고 대출을 내줬다. 조그만 소기업에서 매출 1조5000억원(계열 합산)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커온 대창의 성장 과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창의 신용과 저력이 담보였다.

"키코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하나은행에서 외환파생상품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외환위기를 겪어 환율이 폭등하면 반드시 내려오게 돼 있다는 제 경험칙도 있었습니다. 하나은행의 조언대로 여신을 받아서 매도헤지를 했습니다. 결국 키코 문제를 해결하고 외환수익도 냈죠". 조 회장의 말이다.

대창은 불과 1년 만에 3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정도로 급속히 정상화됐다. 조 회장은 "저도 은행을 믿었고 은행도 대창의 저력을 신뢰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대창이 '짝꿍'의 연을 처음 맺은 건 지난 1989년이다. 올해로 '23년 지기'다. 당시는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시절이었다. 윤병철 초대 하나은행장(당시 한국투자금융 사장)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당시 전무)이 조 회장을 직접 찾아갔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조 회장은 한국거래소 상장을 권유받았다.


"두 분이 저보고 대창은 경쟁력, 재무건전성, 장래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니 기업공개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당시엔 '상장'이 뭔지도 잘 몰랐던 시절이었죠. 찬찬히 얘기를 들어보니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거래소 상장을 하게 된 거죠".

상장 이후 대창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으로 전환한 1991년부터는 양사의 본격적인 '상생협력'이 시작됐다. 하나은행과의 거래 실적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창은 1985년 반월공장에 이어 1996년 시화공장을 준공했고 지난 해 6개 계열사를 포함, 매출 1조5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나은행은 현재 기업금융전담역인 조현철 시화지점 RM지점장을 통해 대창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부임한 조 지점장은 "대창은 하나은행과 '신뢰' 하나로 20년 넘게 끈을 이어가고 있는 회사"라며 "선배 지점장들로부터 금융위기 때 특별한 인연을 전해 듣고 금융지원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 지점장은 "RM으로서 단순한 대출 지원을 넘어 금융 컨설팅이나 상품 추천 쪽에 포커스를 두고 거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대창이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업체다 보니 상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 함께 대창을 중견기업으로 일군 조 회장은 은행과 기업이 동반성장하기 위해선 상호간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발전하려면 은행을 단순히 대출처로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수십 년간 쌓은 끈끈한 정과 신뢰로 서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상생'하고 '공생'할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인 한맥테코산업도 관계도 대표적인 '상생' 케이스다. 지난 2002년 제2사업장 부지 매입을 준비하던 한맥테코는 고금리 장기미지급금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여러 은행을 찾았으나 일반 대출이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때 하나은행이 선뜻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제2사업장을 성공적으로 설립한 한맥테코는 이후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산업폐기물 처리사업의 공익성과 한맥테코의 사업성,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었다"며 "폐기물 사업의 특성상 지속적인 매립장 확보를 위한 자금수요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여신을 지원, 서로 '윈윈'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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