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역습…증시에 그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1.09.20 15:35
주식시장에 환율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환율 급등-외국인 이탈-주가 약세'로 이어졌던 2008년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잖다.

환율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입이 증시 상승세를 이끌던 올 상반기까지의 상황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환율의 역습'이다.

◇ 원/달러 급등…연말 1200원 전망도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40원(1.0%) 오른 1148.4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24일(종가 기준 1150.8원) 이후 9개월만의 최고치다.

추석 연휴 이후 5일만에 71.1원이 올랐다. 이달 들어 원화 가치 하락률은 7.6%로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높다.

지난 주말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고조된 데다 이날도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낮추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한 탓이 컸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증시 폭락장에서도 꿋꿋했던 외환시장이 흔들리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내놓고 있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급등은 주식시장에 이어 환율시장으로도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은 속도와 강도다. 일각에선 이미 연말 환율이 1200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연말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증시 외인 이탈 가속화 우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외국인의 증시 매도세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환차익 매력이 사라지는 만큼 자금 이탈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환율 상승세는 증시에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8월 초부터 지난주까지 6주 동안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셀코리아' 자금이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0% 이상이 유럽계 자금이다.

8월말 현재 유럽계가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110조원 수준으로 외국인 전체 보유 시가총액의 1/3 수준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만 해도 이미 예견된 이슈였긴 하지만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 "환율·외인 동향 주시해야"

당분간은 유럽 문제 추이와 원/달러 환율 흐름,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동향에 주목하면서 분할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증시 불확실성이 아직 큰 데다 수급의 열쇠를 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

지난달 폭락장에서 선방한 내수주에 대해서도 무조건 긍정적인 시각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환율 급등이 두드러지면서 이번 주 들어 음식료, 섬유·의복 등 대표적인 내수주가 약세로 돌아섰다.

다만 환율 반등에 대해 과잉 불안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과 비교해 국내 기초체력은 월등하게 개선된 상황"이라며 "불안을 주시하되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 증시도 장 초반 약세를 딛고 반등, 전날보다 0.94%(17.03포인트) 오른 1837.97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매수 우위를 보이며 17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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