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발목 지뢰' ELS...과소평가 말아야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 2011.08.30 05:31

[한국 증시 개조 프로젝트 'WHY&HOW' ⑤주식파생상품 - ELS]

편집자주 | 한국증시의 대표 주식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ELS)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ELW)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가 지수 변동폭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파생상품은 다양한 기초자산과 수익구조로 시장 출범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현물시장에 비해 주식파생상품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면서 최근처럼 지수가 급락할 경우 주식파생상품의 헤지, 투자전략 변화 등에 따른 매물이 대거 쏟아져 전체 주식시장 및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폭발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1685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가로 떨어지자 ELS 손실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전기, LG전자 등 낙폭이 큰 일부 종목이 원금손실 한계(녹인배리어·Knock in Barrier)를 넘어선 것.

증권가에서는 녹인배리어를 터치한 종목들의 헤지물량이 시장에 출회되면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가가 폭락하면서 원금비보장 ELS 발행잔액 16조2000억원(9일 기준) 가운데 약 1조1090억원이 녹인배리어에 도달했고 이와 관련해 1000억원 정도의 헤지물량이 시장에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ELS 헤지물량 소수종목에 집중"
그러나 이 금액은 이날 코스피시장 거래대금 13조원의 0.8%에 불과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녹인배리어에 도달한 ELS 1조1090억원의 대부분인 80%가량은 삼성전기,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한진해운, LG이노텍 5개 종목에 연관된 ELS였다.

1000억원 헤지물량의 대부분은 이 5개 종목일 수밖에 없다. 이들 5개 종목의 이날 총거래대금은 5200억원에 불과했다. ELS의 시장영향력을 과소평가할수 없는 대목이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증시가 폭락하면서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녹인배리어를 밑돌며 프로그램 차익매도 물량이 급증했다. 증권사들이 ELS 헤지물량을 시장에 쏟아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로도 주가는 나날이 폭락했고 ELS가 주가하락 속도를 높인 주범으로 꼽혔다.

당시 ELS 기초자산으로 쓰인 대형종목들도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녹인배리어를 넘어서며 헤지물량이 시장에 나왔다는 추정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 ELS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별로 녹인배리어를 60∼70%대로 높게 설정해 주가 급락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LS 발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탭다운형 ELS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 하락시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상승시 매도하는 구조다. 기초자산이 녹인배리어에 근접할 경우 매수물량이 늘어나는데 막상 녹인배리어에 다다르면 하락 시 사들인 물량은 대부분 청산한다. 때문에 기초자산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번 경우는 녹인배리어에 다다른 종목이 제한적이었고 50% 이상 차지하는 지수형 ELS가 적어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영향이 적었던 게 사실. 최 연구원은 "쓰나미를 한 번 경험한 증권사들이 나름대로 개선에 나서 현재 ELS 녹인배리어는 대부분 50% 정도로 폭넓게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당국 "제도적 해결 힘들어", 잠재위험 간과 말아야
만기시 주가조작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6월 검찰은 주가조작으로 ELS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 증권사 트레이더 4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2005년과 2009년 만기상환일 직전에 보유주식을 대량매도해 주가를 폭락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주가조작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2009년 9월 ELS제도를 개선했다. 시가총액 20위 밖의 종목이나 ELS 발행액이 하루평균 거래액의 10% 이상일 경우 ELS 평가금액을 만기일 종가가 아닌 만기일 3일 전 평균가격으로 반영토록 했다. 최소한의 보완책인 것이다.

ELS 관련 물량으로 인한 시장충격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ELS나 펀드의 주가하락 요인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가 겹치는 경우 물량이 나오면서 기초자산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녹인배리어에 한꺼번에 도달할 경우 주가하락 압력은 상당할 것"이라며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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