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소재한 '코오롱주택문화관'을 찾은 주부들은 연방 감탄사를 쏟아냈다. 수납공간 활용의 결정판으로 평가받는 '칸칸' 설계가 적용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해보면 이 같은 반응이 결코 '오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칸칸설계는 '모든 물건은 제자리가 있기 마련이다'라는 철학을 토대로 탄생했다. 무려 100개 넘는 수납공간 아이디어가 설계도와 가구에 적용됐다.
동선도 잘 풀어냈다. 특히 주부를 최대한 배려했다. 현관에서 거실로 곧장 향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신발장 옆에 '비밀의 문'을 만들었다. 문을 열면 주방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다.
장을 보고 현관에 들어서 장바구니를 들고 거실을 거치지 않아도 주방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이 통로는 세탁실까지 연결된다. 장을 볼 때 쓰는 카트는 현관에 전용수납장이 있다. 주부의 불필요한 동선을 줄인 설계다.
수납장은 대부분 양면으로 돼 있다. 벽을 사이에 두고 반대쪽에서도 물건을 넣고 빼는 게 가능하다. 수납의 편의성을 높인 아이디어다. 공간이 있는 곳이면 모조리 수납장을 만들어 어지간한 살림살이가 아니고선 수납공간이 남아돌 정도다.
"주부평가단을 통해 수납하기 어려운 물건들을 조사했는데 청소기도 그중 하나였어요. 모양도 그렇지만 흡입호스가 길어 보관하기 까다롭죠. 그런데 적은 비용으로 고리 하나만 설치하면 선 정리가 깔끔해져요. 다리미판 위에도 다린 옷을 걸어둘 수 있는 옷걸이를 달아놓았죠. 별거 아니지만 주부들은 늘 불편함을 느껴온 거라 감탄한다니까요."
서 팀장은 "이런 게 바로 고객감동이란 걸 주부들을 보고 거꾸로 배운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설계사무소에서 10년간 일하다 2002년 코오롱건설에 입사해 상품개발을 담당했다. 그는 주택건설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 팀장은 주부들의 최대 불만은 '수납문제'라는 걸 파악했다. 이를 위해 일본에서 '수납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유명인사가 된 주부 곤도노리코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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