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솜 내려앉은 山水에 반하다…"선계가 이곳에?"

머니투데이 화천(강원)=이용빈 기자 | 2011.07.20 11:48

청자 빛깔 고운 1백리 수변물길을 찾아서…'강원 화천'

편집자주 | 툭~ 툭툭~ 투두둑…. 한두 방울씩 내리던 비는 이내 폭우로 변해 여행자의 속옷까지 적셨다. 정말 '다부지게도' 내리던 장맛비는 어느새 북한강변의 아늑한 도시를 온통 물안개로 휘감아버렸다. 목화솜처럼 하늘하늘하게 번지는 물안개와 그 아래로 유유히 흘러내리는 강 풍경은 신이 만든 선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몽환적이다. 비가 주춤해 지자 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출렁이는 강물은 마음까지 차오른다. 낯선 땅이 어느새 포근해 진다. 막바지 장맛비가 기승을 부리던 7월의 한 가운데. 그렇게 화천 여행은 시작됐다.

물안개와 산안개가 반짝 걷힌 화천 북한강변의 모습.

△ 몽환적 아름다움, 산·물안개에 넋을 놓다

강줄기를 따라 펼쳐진 산수는 온통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물도, 나무도, 산도, 새하얀 안개에 가려 있어서 희뿌옇게 실루엣을 그리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연꽃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에서 눈을 들어 산줄기를 바라보니 구름들이 산허리에 걸려 절경을 이룬다. 그렇게 영영 안 걷히면 어쩌나 싶었던 물안개는 수면을 떠나 산을 거슬러 하늘까지 서서히 올라갔다. 순간 북한강의 아름다움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아~' 그 몽롱한 신비 속에 취해 있던 여행자는 나직한 신음을 내뱉는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장쾌함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머릿속에 오래 그려 둬야지"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화천은 그동안 '가깝지만 먼 도시'였다. 심리적 거리 탓이다. '군사도시'란 이미지가 워낙 강한데다 산과 강, 호수가 섞인 지형이 험해 '오지'라는 오명을 달고 다녔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란 마음먹기부터 쉽지 않은 법. 미리 '오지'라는 선을 그어버리면 가는 길도 험해지고 수고로운 여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화천은 이 모든 걱정과 수고를 감수하고 떠나온 자에게 감동의 여정을 선물한다.

여행은 발견이라고 했다. 느긋이 걸으면서 자연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 화천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고,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울창한 숲과 그윽한 강, 호수가 쉴 새 없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고 그 안에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계곡과 소가 널려 있다. '산속의 바다'로 불리는 파로호와 자연 원시림이 살아있는 비수구미, 만산동 계곡이 여행객을 반기고 평화의 댐으로 가는 뱃길도 운치 있다. 이 모든 '생소함'과의 부닥침이 화천여행의 묘미다.

△ '심리적 오지'에서 축제와 레포츠 천국으로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강원 화천은 지금 축제와 레포츠 천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화천군은 평화의 댐 카페리 운항, 북한강변 자전거 100리길 운영 등 사계절 관광 상품을 내놔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려한 강변을 이용한 레저시설이 우선 눈에 띈다. 붕어섬에서 원천리를 잇는 수변 레저 공간에는 카약과 해외토픽에서 봤음직한 '용선' 수십여 대가 체험 관광객을 기다린다.
붕어섬 인근 수변레저시설에서 즐기는 카약 체험.


또 원천리에서 딴산을 돌아 나오는 자전거 100리길은 자전거 마니아들과 이색적인 체험을 즐기려는 가족 여행객을 기다린다. 그 길이만 해도 마라톤 구간과 맞먹는 42.2km에 달한다.
화천군이 자랑하는 자전거 100리길은 자전거 마니아들과 이색 체험을 즐기려는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산천어 축제장과 가까운 화천읍 인근의 수변 코스 4.5km가 이중에서 가장 좋은 길로 꼽힌다. 북한강을 따라 놓은 산소(O2)길은 걸어본 사람만 그 빼어난 경치를 안다. 이 자전거여행 코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이 넘친다.

화천의 강줄기를 따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물 흐르듯 맘 편히 페달을 밟다 보면 그 자체가 아름다운 수채화 풍경이 된다.
일명 '강상(江上) 도로'로 불리는 푼툰다리가 이 수변코스의 백미. 총연장 1km, 폭 2.5m인 이 다리는 밑이 평평한 작은 배 위에 나무를 설치해 물 위에 띄웠다.

△ 6.25 상흔 간직한 꺼먹다리·파로호

청자 빛깔을 머금은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변코스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그중에서도 1945년 건설된 '꺼먹다리'가 인상적이다. 영화 '전우'를 비롯해 전쟁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했던 이 다리는 3국 합작 교량으로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대변한다.
6.25의 상흔을 간직한 꺼먹다리.

해방 전 일제가 기초를 놓고 한국전쟁 때 옛 소련이 교각을 세웠으며, 이어 휴전 후에는 화천군이 상판을 얹어 완성했다. 나무로 만든 상판이 썩지 않도록 검은 콜타르를 칠해 꺼먹다리로 불린다.

'물에 나라' 화천에 왔으니 산천어와 수달이 사는 파로호에 들르지 않을 수 없다.

파로호는 1938년 일제의 수력발전소 건설로 탄생한 인공호수. 총 면적이 38.9㎢에 이르는 파로호는 원래 지역 명을 따 화천호로 불렸다.
산안개가 가득 내려앉은 파로호를 모터보트가 시원하게 가른다.

그러나 1951년 국군이 이곳에서 중공군 3만 명을 수장시키는 공을 세우자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격파한 호수'라는 의미로 파로호(破虜湖)라는 휘호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10억 톤의 담수능력을 가진 파로호는 대형 잉어를 비롯해 붕어 쏘가리 끄리 누치 마자 모래무지 메기 동자개 피라미 향어 등이 서식하고 있어 강태공에게 사랑받는다.
파로호의 풍경.

파로호 구만리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평화의 댐까지 가는 뱃길도 시원하다.
'물빛누리 호'가 수달연구센터를 거쳐 다람쥐 섬, 비수구미, 세계 평화의 종 공원까지 이어지는 물길 24km를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 12인 이상 단체여행객은 예약하면 쾌속선도 이용할 수 있다.

△ 아홉 가지 美에 흠뻑 취하는 곳 '비수구미'

배가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해 육지 속 섬마을로 불리는 비수구미는 파로호를 상징하는 비경이다. '신비한 물이 만든 아홉 가지 아름다움'이란 뜻의 비수구미(秘水九美)는 오지마을로 원시림에 둘러싸여 있다.

호숫가를 거닐고, 숲속에 들어가고, 멋진 풍경까지 음미할 수 있다. 계곡 옆에는 손톱만한 산딸기며 대추만한 머루가 고개를 빼죽 내밀고 있다. 이렇게 비수구미 길은 밋밋하지 않아 좋다.

굳이 배를 타지 않더라도 해가 서서히 뜰 무렵 파로호 앞에 서면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햇살이 고스란히 산수에 담겨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안개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화천이 단순히 북한강과 파로호의 유산만 갖고 있다면 '물의 나라'로서 2% 부족할 것이다.

그렇다. 화천에는 평화의 댐이 있다. 30여 개국 분쟁지역에서 모은 탄피로 제작된 '평화의 종'이 있는 곳이다.

종 상단에 조각된 네 마리의 비둘기 중 북쪽을 향한 비둘기는 한 쪽 날개가 절반만 있다. 나머지 절반은 통일이 되는 날에 붙이기 위해 따로 떼어 전시하고 있다. 비둘기 날개 절반의 무게는 정확하게 1관(3.75kg). 따라서 종의 무게는 1만관에서 1관이 빠진 9999관이다.

△ 숨겨진 비경의 보고, 만산동 계곡·비래바위

여름철 인기가 가장 많은 곳은 역시 맑은 물에 무더위를 씻을 수 있는 계곡.
화천읍에서 5km 정도 떨어져 있는 만산동 계곡은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거운 시간을 갖기에 적합하다.

기암괴석과 빼어난 절경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데 크고 작은 바위 계곡 사이로 수정같이 맑고 찬 물이 사계절 흘러내린다.
만산동 계곡.

만산동 계곡은 폭 100m, 높이 60m의 비래바위 때문에 더 유명하다. 깎아지른 듯 서 있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내는 비래바위는 금강산에서 바위가 날아와 앉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비래암 정상까지 오르는 데에는 약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산 아래쪽에서 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이밖에도 작고 앙증맞은 소 폭포들이 즐비한 광덕계곡, 용이 머물다 승천했다는 용담계곡도 좋다.

△ 주변 맛집
콩사랑 : 콩사랑정식ㆍ모듬보쌈,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271 (033)442-2114
산채골 : 쌉밥정식, 화천군 화천읍 아리 66-51 (033)442-4880
화천어죽탕 : 잡고기어죽탕,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1384-6 (033)442-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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