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MB·朴 전 대표에 지원부탁하고 싶지만"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11.07.13 15:10

[현장+]취임 1주년 오찬간담회서 속내 드러내 "'주민투표' 민주주의 도약의 분수령"

"이명박 대통령께도, 박근혜 전 대표께도 지원을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취임 1주년 기념 오찬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1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 자리에서다.

오 시장은 이날 "주민투표를 끌어가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도움을 받았을 때 어떤 효과가 나올지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며 "서울시가 주체가 돼서 당당히 밀고 나갈 때 오히려 시민들의 편견 없고, 객관적이며 냉정한 판단을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중앙정부가 나서게 되면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혹시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을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께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분들이 도와주셔서 결론에 영향을 미치기보단 서울시민이 직접 나서 이 주민투표가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알리는 게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정치권이 필요 이상으로 관여하면 주민투표에 정치적 의미가 자꾸 부여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라는 바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중앙당(한나라당)은 다르다는 입장을 명확히했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진행함에 있어 한나라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가 때로는 국민들에 대한 메시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투표 결과가 바라는 방향으로 귀결되면 지금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도 스탠스를 바로 잡고 중심을 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편적 복지가 다음 화두인 것처럼 하는 민주당에 말려들어가지 않고, '성장도 중요하고 벌어야 쓸 것 아니냐'는 지극히 상식적 화두가 선거 국면에서 불리하게 돼 있는데, 그 프레임을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볼 때 한나라당엔 불리할 것이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한 섭섭함도 털어놨다. 오 시장은 "1년 이상 교육감과 무상급식을 두고 설전을 벌였던 김 지사께서 서울시가 시의회와 이 문제를 두고 힘겨운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을 알면서 도움이 되는 얘기는 해주지 않고 김빠지는 말만 하셨다"고 말했다. 이에 "언제 한번 날을 잡아서 힘 실어주는 말을 해주면 안되겠냐고 요청을 드렸더니 얼마 전에 강연을 해달라는 제의가 왔다"며 "이것이 힘을 실어주기 위한 화답이 아닌가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설명회에서 '민선5기 1년, 창의시정 5년'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편 오 시장은 앞서 진행한 기자설명회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무상복지포퓰리즘'이 나라의 곳간을 비우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80만 시민은 '주민투표'라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셨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도약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망국적 유령인 '복지포퓰리즘'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포퓰리즘의 유혹을 극복하고 국제사회가 존경하는 선진국으로 가느냐, 그리스처럼 국가재산까지 팔아야만 하는 비참한 길로 가느냐의 여부가 주민투표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독재는 누구나 다 나쁜 줄 알고 맞서지만 국민을 현혹하는 대중영합주의는 누구도 선뜻 반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서울시민의 선택은 실로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며 "서명에 참여해준 80만 시민, 든든하게 받쳐주고 계신 1000만 시민이 결코 포퓰리즘에 박수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확신했다.

또한 "정치인들이 인기영합주의를 벌이는 것은 나눠주면 나눠줄수록 국민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막연한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시민들이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선택을 해주는 순간 정치권의 정신이 바짝 날 것"이라며 "무조건 나눠주는 게 사탕발림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아울러 "위기를 인식한 정치인으로서 최선을 도리를 다하겠다"며 "시민이 이기고, 미래가 이기는 길 하나만 보고 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여기에 "인간적인 고뇌도 저 개인의 앞날에 놓인 수많은 변수도 대한민국 복지이정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다는 정의 앞에 모두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만약 대중 영합주의를 누르고 이긴다면 그것은 저의 승리가 아니라 양심있는 서울시민의 승리, 망국적 표퓰리즘과 과감히 맞선 침묵하는 다수 시민들의 승리"라고 전제한 뒤 "현명한 서울시민의 판단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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