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포스텍·서울대 공대보다 부족한 것은?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 2011.04.12 11:16

포스텍, 대학원생만 영어수업....서울공대, 인문 문화도 수강

학생과 교수 등의 잇단 자살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공계 인재들의 요람으로 평가받는 포스텍(포항공대)과 서울대 공대의 학사운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이스트 학생의 잇단 자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것은 '징벌적 수업료'제도다. 학점 3.0미만인 학생의 경우 최저 6만원에서 60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 했다. 서남표 총장은 최근 이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항제철이 운영하는 사립대인 포스텍은 한 학기 280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평점 3.3이상이면 정부의 이공계 장학금을 받는다.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은 일정 시간 학내 행정지원 등의 일을 하면 '근로 장학금' 명목으로 150~200만원 정도를 지원받는다.

카이스트와 포스텍 모두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은 공통 요소다. 하지만 포스텍의 경우 성적에 따른 차등등록금제와 같은 강제수단은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또 카이스트는 학부와 대학원 모두 100% 영어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텍은 대학원만 100% 영어수업을 한다. 학부에서는 3~4학년 전공강의만 영어로 수업을 한다.

서울대 공대와 비교해보면 카이스트의 경우 학사운영이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스트 신입생들은 물리, 화학 등 5과목의 기초필수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반면 서울대 공과대학이나 자연과학대의 경우 신입생들은 대학국어, 대학영어, 수학 및 연습이 필수과목이다. 생물, 화학, 물리, 지구과학, 통계학에서 2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서울대 이공계열 신입생들은 문화, 인문, 정치 등 일반 교양과목도 수강이 가능하다.


이처럼 카이스트는 일반고 출신 학생들이 따라가기 힘든 커리큘럼을 운영하면서도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을 선발해 왔다. 올해 신입생 가운데 64.5%가 과학고 및 영재학교 출신이다. 10%대에 머물던 일반고 출신 신입생 비율은 2009년 입학사정관제 실시 이후 올해는 26.8%까지 늘어났다.

이공계열에 특화된 교육을 받은 과학고 출신과 일반고 출신 간에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린 시절부터 수재소리를 들은 과학영재 사이 경쟁도 치열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카이스트의 자퇴율은 2007년 1.47%, 2008년 1.85%, 2009년 1.38%를 기록했다. 이는 0.5% 안팎인 포스텍 자퇴율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학부 휴학생도 2009년 1학기 620명, 2010년 1학기 753명, 2011년 1학기 864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수재들이 모인 카이스트 특유의 분위기와 고립된 환경을 이번 비극의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거의 모든 학생이 외부와 고립된 채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전공 공부에 매진하기 때문에 다른 대학에 비해 특수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

정신과 전문의 건국대병원 하지헌 교수는 "카이스트 학생들은 대전이라는 지역 내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고립돼 있고 수재소리를 듣는 균질적인 집단"이라며 "그런 환경에서는 동일한 생각의 전염속도가 무척 빠르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실행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번 사건은 카이스트만의 이같은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외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문화와 시스템을 잘 이해하는 내부 구성원들 간에 힘을 모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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