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자지갑' 시장, 구글이 열까?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1.03.29 14:55

업계간 치열한 이전투구로 시장 '통제불능'…"구글 속내는 따로 있어"

지갑 속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물건 값을 결제하는, 그야말로 지갑이 필요 없는 '전자지갑'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인터넷 공룡' 구글이 유력 관련 업체들로 꾸린 막강한 군단을 이끌고 올해 전자지갑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시장에서 전자지갑 사업이 추진된 것은 이미 10년이 넘었다. 그간 관련 업계의 물고 물리는 이해관계와 양보할 수 없는 경쟁 탓에 전자지갑 사업은 큰 진척 없이 표류해 왔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결제 수수료를 두고 벌이는 업체들의 다툼은 점입가경이다.

구글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해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전반과 언론의 인식이다. 앞으로 5년 안에 6000억 달러 이상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전자지갑 시장은 과연 기대만큼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까.

◇구글, 전자지갑 시장 본격 도전=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8일 구글이 마스터카드, 씨티그룹과 함께 전자지갑 시장에 진출한다고 보도했다. 안드로이드폰에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을 끼워 신용카드를 '긁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흔들어' 결제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카드사 외에도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생산 업체 베리폰시스템즈도 합류해 올해 안에 상용화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도 KT가 비씨카드를 인수해 전자지갑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처럼 최근 전자지갑 관련 업체들의 사업 추진 의지는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다. 지난주 열린 북미 최대 IT 전시회 'CTIA 2011'에서도 관련 업체들의 다양한 물밑 논의가 이뤄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프린트넥스텔, 비자카드, 베리폰 등이 관련 협의를 가졌다.

미 IT전문지 RCR와이어리스는 모바일 결제 시장은 막대히 성장해 시장 규모가 2016년까지 약 618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매·금융·통신·휴대폰 등 여러 업계에서 전자지갑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기대했다. 더그 버거론 베리폰 최고경영자(CEO)는 "폰은 신용카드보다 더 스마트하다"며 결제 플랫폼의 변화 흐름을 강조했다.

사실 구글의 전자지갑 사업 추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안드로이드폰 넥서스S에 NFC 결제 칩을 끼워 팔았다. 그러나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 실패했다. 또 지난해 이미 비자카드는 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와 같은 사업을 구상했고, 올해 이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 등 이동통신사들도 지난해 디스커버파이낸셜과 함께 합작사 아이시스를 설립했다. 물론 큰 진척을 보진 못했다.


그래서 로이터는 구글의 이번 사업은 비교적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컨선팅 회사 에이트그룹의 그웬 베자드 이사는 "구글의 실험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한 것 중 하나일 뿐"이라며 "여러 기업들의 사업 추진은 비틀거렸고 구글도 이미 비슷한 형식인 구글체크아웃 서비스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글도 성공 보장 못해"=구글이 전자지갑에 손을 떼지 않고 더 공격적으로 나서는 속내는 따로 있다. 바로 애플과의 스마트폰 경쟁 때문이다. 구글표 전자지갑이 인기를 얻으면 안드로이드폰 판매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목적보다는 애플과의 스마트폰 판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깝다. 그래서 가뜩이나 업계간 이전투구로 혼란스러운 시장이 구글에 의해 더 교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휴대폰이 신용카드를 대체하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이 막후에 벌인 다툼 때문에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는 이통사와 경쟁하고, 또 이통사는 애플이나 구글 같은 스마트폰 업체와 경쟁하는 식으로 얽힌 구조에서 누군가 비즈니스 모델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통제불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로이터도 "미래의 파이 중 한 조각을 먹기 위해 지금 모두 꼼수를 쓰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실리콘밸리에서 막강한 지위를 갖는 구글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딕슨 추 씨티그룹 글로벌 신상품 담당은 "파이 한 조각을 원하는 이들은 많지만 파이를 어떻게 크게 만들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제임스 앤더슨 마스터카드월드와이드 부사장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아무렇게나 떠들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따라서 카드 결제 수수료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티브 엘프먼 스프린트넥스텔 사장은 '타깃 광고'를 수익 창출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그는 "쇼핑객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이동통신망을 활용하는 등 타깃 광고는 막대한 매출 흐름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지갑 시장에서도 애플의 역할은 가장 주목된다. 전자지갑 시장에 기대가 큰 이들은 애플이 전자지갑을 주류 서비스로 배치하는 순간 그간의 지지부진한 노력을 뛰어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존 잭슨 CCS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매우 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다른 업체들을 문닫게 하든지, 시장을 일으키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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