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항소율 41%" 법조 불신 얼마나 깊기에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 2011.03.02 08:26
풍수지리설상 강하던 땅기운이 1990년대 법조타운이 조성된 이후 누그러졌다는 한 법조인의 농담처럼 서초동 법조타운은 기가 '센(?)'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도 법원에는 늘 판결 등에 불만을 품고 찾아와 거칠게 항의하는 민원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관련된 법적 분쟁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성은 기본이고 욕설은 선택사항. 간혹 생업을 내팽개치고 청사 주변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들도 적잖다. 기자들을 찾아와 "내 억울한 사연을 기사화 하지 않으면 무슨 기사를 쓰느냐"며 성토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은 "판사가 돈을 먹은 것이 분명하다"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제기하며 재판결과를 비판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재판에서 패소할 수 없다는 일성을 듣고 있노라면 애초부터 이들에게 '승소'외에 납득할 수 있는 재판 결과가 있었을까하는 의문마저 든다.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판사 시절 어떤 당사자를 대할 때 가장 난처했느냐는 질문에 "사실을 말하지 않는 당사자"라고 답했다. 이 판사는 그런 사람들은 아주 불필요한 부분까지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래도 재판에서 한 사실을 인정하면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에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며 "사실관계부터 다투기 때문에 재판 결과에도 쉽게 승복하지 못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의 민사합의사건 1심에 불복해 항소한 비율은 41.2%로 집계됐다. 10명 가운데 4명 넘게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들 중에는 물론 재판부의 오류를 되잡기 위한 항소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사건 당사자들의 사법부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결국 법적 비용을 증가시켜 사회적 낭비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법에 근거한 법원의 판단을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워 무시한다면 끝내 법치는 무너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소송에 임하는 당사자들이 양심을 따라 사실을 인정하고 법의 판단을 받을 준비가 됐는지 한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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