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우려속 건설사들이 리비아를 지키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1.02.28 13:46

공기연장·보상 협의때 현장 유지·보전해야 유리…발주처 신뢰확보 차원도 있어

리비아 사태가 악화일로에 빠지자 현지 진출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최소 인원만 남기고 직원들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현장 위험도는 아직 높지 않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인력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리비아 내 직원과 3국 인력에 대해 최소 잔류인원을 제외하고 전원 철수키로 결정했다. 이집트와 튀니지에 철수인력 수송을 돕기 위한 전담팀을 급파하는 한편, 사태가 악화되면 전원 철수시킬 방침이다.

현대건설도 최소인원만 남기고 철수를 결정한데 이어 이날 오후 2시 본사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세부적인 철수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리비아 사태가 터진후 해외사업 계획 회의를 겸해 아랍에미리트(UAE)로 출장갔던 김중겸 사장은 이날 귀국하자마자 회의를 주재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이미 철수한 53명을 제외하고 리비아에 남아있는 213명 중 155명을 철수시키고 58명이 리비아에 남아 현장을 지키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지 직원 166명 중 38명이 철수하고 128명이 남아있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현장을 고수하는 것은 현장이 GECOL(리비아전력청) 등 국영기업이 발주한 발전소 등의 플랜트 공사이어서다. 대부분 시설이 도심과 수십㎞ 떨어진 외곽인데다 국가기간시설이어서 보니 군과 경찰이 경호를 맡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안전하다는 게 이들 건설사의 설명이다.

다만 내전상황으로 치닫는 등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필수 인원만 남기고 철수하기로 했다. 대형건설사들의 '현장 지키기'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대우건설은 1986년 미국이 리비아를 맹폭할 때에도 트리폴리와 벵가지에서 공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1991년 걸프전이 한창일 때 이라크에 진출한 건설사 중 가장 늦게 철수했다. SK건설은 2003년 전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미국의 이라크군 폭격 때도 현장을 고수했다.


그렇다면 건설사들은 이같은 위험 속에서 무모하리만큼 현장을 고수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건설은 1991년 걸프전 종전 후 유엔의 경제재제 조치로 이라크로부터 받아야 할 11억달러에 달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이후 이라크 정부와의 협상을 거쳐 미수금 가운데 탕감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현재까지 분할상환받고 있다. 이라크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은 현대건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대형건설사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점이다. 무작정 현장을 철수했다가 현장이 심각하게 훼손이라도 된다면 책임소재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해 결국 미수금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쟁이나 내란 등의 불가항력적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계약자로서 최소 의무사항인 현장 유지·보존만 지킨다면 총 공사비의 15%에 해당하는 선수금을 돌려줄 필요도 없고 공사 재개 때 공기 연장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위험 상황에서도 끝까지 현장을 지켜낼 경우 발주처의 신뢰를 유지하고 해외건설 주력시장으로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리비아, SK건설은 쿠웨이트 등에서 사태 이후 대형공사를 잇따라 수주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협력해 리비아 사태가 조기에 종결될 경우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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