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당국이 방치한 불확실성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1.02.11 18:18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금리를 올렸어야 했는데 인상이 또 다시 늦춰져 실망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경제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는데 하나를 택하지 않으면 모두 놓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리서치헤드가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물가상승 압력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데 대해 내놓은 멘트다. 그만큼 당국의 시장조율 능력에 대해 시장이 실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통위 발표가 나기 직전까지 시장에서는 과연 금리가 인상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기'의 문제요, '인상폭'의 문제였을 뿐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2월 아니면 3월엔 반드시 올린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었다.

금통위로서는 최근 원화강세가 급속하게 진행되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등 상황을 우려해서 동결 결정을 내렸으리라.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에 나오는 원숭이들이 아니다.

시장은 '급속한 긴축시그널을 보내지는 않겠노라'는 금통위의 '배려'에 안심하는 대신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한 달 더 지속되는 데 대한 불안감을 확연히 드러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달만에 2000선 아래로 밀려 1977.19로 마감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결과론적으로 정부가 아직은 경기에 대해 우호적 자세를 가져가려고 한다는 시각을 갖게 되지만 반면 버블 형성의 리스크는 커져간다"고 비판했다.

금통위가 이것저것을 재는 동안 이미 물가를 다스릴 수 있는 적절한 시기는 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물가상승 압력을 조절하기 위한 적절한 시기는 이미 늦은 면이 있다"며 "지난해에 금리인상 폭을 키울 필요가 있었는데 현 시점은 환율과 맞물려서 금리만으로 물가를 조정하기 힘든 국면이 됐다"고 말했다.

그간 증시의 발목을 잡던 불확실성 소재들이 하나씩 해소되가던 행보에 덜컥 제동이 걸린 데 대한 비판인 셈이다.

결국 국내 통화긴축 리스크는 한 달 더 지속될 예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주(2월14일~18일)에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면 중국 긴축리스크가 재차 불거질 수도 있다. 외국인 매도세가 다음달까지 지속된다는 점도 악재다.

증시전문가들도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거시변수들이 어우러지면서 지수가 하락했지만 다음주라고 딱히 달라질 상황은 없다"고 내다봤다.

송상훈 센터장도 "보수적으로 볼 때 1900까지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1900선까지 밀릴 때를 기다려 매수하려면 지금 현금비중을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관망해야 할 때"라는 데에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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