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바이오벤처, 슈퍼박테리아 구조 어떻게 벗겼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1.02.08 15:52

크리스탈, NDM-1 슈퍼박테리아 구조 세계 첫 규명

지난 1일 세계 단백질 정보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프로테인 데이터 뱅크(PDB)는 'NDM-1(뉴델리 메탈로-베타 락타마제)형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의 구조를 등록시켰다.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NDM-1의 구조는 국내 바이오벤처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내 등록한 것이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는 "NDM-1의 구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1년 동안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사실상 독점을 할 수 있다"며 "NDM-1 항생제 개발에 가장 앞선 단계에 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NDM-1 슈퍼박테리아.
NDM-1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8월 전 세계에 경계령을 내린바 있는 신종 슈퍼박테리아다. 현재 상품화된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새로운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 WHO에서 각국 보건 당국에 긴급 경계령을 내렸던 것. NDM-1은 혈액을 통해 감염되며 위와 폐, 요도 등 장기를 동시 다발로 감염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 박테리아가 발견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여러 연구를 통해 그 실체 파악에 노력했으나 박테리아의 구조가 복잡하고 활성화되는 단백질을 찾지 못해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NDM-1의 구조를 가장 먼저 풀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가 항생제개발과 단백질구조 분석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현재 또 다른 슈퍼박테리아인 황색포도상구균(MRSA) 박멸 항생제(CG400549)에 대해 유럽에서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1월에는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신개념 항생제 신약 공동 연구개발과 관련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여기에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질환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는 기반기술(SPS)을 보유하고 있다.

조 대표는 "NDM-1이 이슈가 됐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조 분석에 들어갔다"며 "그동안 박테리아 분석과 관련해 노하우를 갖춘 우수한 연구인력이 투입돼 다국적제약사들보다 빨리 분석하는데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조 대표의 지휘아래 신동규 책임연구원, 김현태 선임연구원, 조용순 선임연구원, 장호진 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현재 크리스탈지노믹스는 NDM-1 치료신약 개발의 출발이 되는 선도물질 2개를 이미 확보했다. 크리스탈은 이 선도물질로 NDM-1 뿐만 아니라 이 계열을 포함하는 전체의 균주들에 약효를 보이도록 최적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슈퍼박테리아를 잡는 항생제가 개발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신약후보물질이 나오려면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임상시험이 완료되려면 3~5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도 "현재 신약개발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신약 개발을 위해 다국적제약사와 협의 중"이라며 "다국적제약사와 공동으로 개발을 하면 신약개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약후보물질 단계에서는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조 대표는 "신약개발에 대한 자신감이 높기 때문에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연구비도 받을 수 있는 라이선스 아웃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다국적제약사들이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만큼 좋은 조건으로 라이선스 아웃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대표는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창립하기 이전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 소장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국산 1호 신약인 항생제 팩티브를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2000년에 안정적인 자리를 버리고 직접 신약개발을 하겠다며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9억원. 연간 R&D에 투자되는 비용이 9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조 대표는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단백질 관련 신약개발에서 세계 최상위 그룹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1개 정도의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이 이뤄지면 그동안 투자비용은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NDM-1 구조 규명한 크리스탈지노믹스 연구진. 왼쪽부터 신동규책임연구원, 김현태선임연구원, 장호진연구위원, 조용순선임연구원.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3. 3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4. 4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
  5. 5 김호중, 유흥주점 갈 때부터 '대리' 불렀다…또 드러난 음주 정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