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엇박자 천국'…학부모· 학생만 피해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11.01.24 08:11

지방선거 이후 갈등 악화일로…"타협의 리더십 절실"

대한민국 교육현장이 '엇박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이명박(MB) 정부와 상반된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현장이 갈등과 대립이 난무하면 결국 피해는 학생·학부모가 볼 수밖에 없다'며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현안 놓고 '색깔찾기'만 급급 = '엇박자' 교육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는 '체벌금지'다. 지난해 7월 교사의 가혹한 학생 체벌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즉각 '체벌 전면금지'를 선언했다. 곽 교육감을 포함한 진보 진영에서 평소 '학생인권'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여론수렴 과정 없이 전격 발표됐다는 점이다.

다수의 교사들이 '가뜩이나 학생지도가 어려운 마당에 체벌까지 못하게 하면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하라는 말이냐'며 반발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런 의견을 모아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무력화 방안을 요구했다. 교과부는 지난 17일 시·도교육청의 학칙 인가권 폐지를 추진하겠다며 이를 수용했지만 학교 현장의 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좋은 학교' 만들기 경쟁도 '희망'보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고교다양화 300' 공약에 따라 자율형 공·사립고를, 곽 교육감도 선거 당시 공약에 따라 혁신학교를 각각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자율형 사립고는 높은 비용 대비 혜택이 부족하다는 평가로 학교와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고 혁신학교도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신청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감이 바뀌면 지원 자체가 무산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학교 현장에는 깊게 깔려 있다.


현 정부가 학교자율화의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교과교실제'도 서울에서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곽 교육감이 유휴교실을 활용하는 '서울형 교과교실제'를 저소득층 밀집학교를 중심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발표한 것. 초·중·고 평가방식도 학년별 평가가 아닌 학급별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 밖에도 교원평가제, 사교육비 경감, 교장공모제, 2009 개정 교육과정 등 많은 교육현안에 있어서도 곽 교육감은 정부와 다른 색깔, 다른 목소리를 담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해는 국민 몫…"청와대·원로라도 나서야" = 교육현장이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데에는 교육정책을 총괄해야 할 수장들이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고 있지 못한 영향이 크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교육정책들이 서서히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내 갈 길만 충실히 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곽 교육감 역시 시야를 수도 서울에 국한시키지 않고 나라 전체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역할을 자임하면서 타협의 여지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모습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과부 장관, 서울시장, 서울교육감이 한 치의 양보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 국민들이 볼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이러면 청와대나 교육계 원로분들이라도 중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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