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전세난, 대책없는 정부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1.01.08 09:36

[겨울 비수기인데 왜 수그러들지 않나]


"투자심리 개입없는 실수요 시장"..전문가들, 시장구조적 한계 지적
"임기웅변식 재탕·삼탕 정책 일관"..안일한 정부·통계시스템도 문제


"수도권 전세난, 심각하지 않아 대책 없어." (2010년 9월27일 출입기자 간담회)

 "최근 전셋값 상승, 우려하지 않아." (2010년 12월1일 오피니언 리더스클럽 경제기자회 초청강연)

 "전세난 우려 높지만 해석 각기 달라, 임대·소형주택 공급 늘려 해결." (2011년 1월6일 출입기자 신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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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해양부가 전세난과 관련해 내놓은 공식 입장들이다. 지난해 봄부터 감지된 전세시장의 이상기운이 가을이사철 정점을 찍고 겨울 비수기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지만 주무부처는 그동안 다소 느긋해 보일 정도로 속수무책이다.

 당정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을 진정시킬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머리를 맞댔지만 그저 "공급을 늘리겠다"는 원론적인 의견만 내놓았을 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무주택 서민들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조차 단기간 가격을 잡을 대책이 사실상 없다고 진단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주택 매매는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규제책만으로도 단숨에 시장을 냉각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전세시장은 근본적으로 구조가 다르다"며 "실수요와 공급물량간 균형점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전셋값을 단기에 잡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전셋값 급등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인 만큼 공급을 확대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며 "공급을 늘려도 1∼2년 내 전세난이 수그러들 가능성이 낮은 만큼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구조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매년 되풀이되는 전셋값 급등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 태도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2000년 이후 2007년까지 매년 43만∼58만가구에 달하던 주택건설 인·허가 물량이 2008∼2009년 37만∼38만가구로 줄었다"며 "주택 인·허가 물량은 분양물량, 입주물량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2∼3년전 미리 손을 썼다면 최근 전세난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앞서 정부가 2008년과 2009년에도 소형·임대주택 공급확대책을 내놨지만 한겨울에도 전세난이 수그러들지 않는 걸 보면 대책이 재탕, 삼탕으로 쏟아낸 알맹이 없는 공염불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현실과 괴리가 큰 통계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실거래가의 경우 모든 거래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데다 거래 후 60일 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어 시장 상황과는 2개월의 공백이 있다. 주택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도 인·허가를 기준으로 집계해 실제 공급량과 차이가 크다.

 권오열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은 "협회 회원사인 대형건설사들만 해도 분양실적이 당초 계획의 절반에 못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건설 인·허가 실적만 받고 실제 분양을 못하는 물량까지 공급물량에 포함되는 오류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주수요층인 전·월세시장이나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멸실되는 주택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할 만한 통계를 근거로 정책을 구상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며 "다양한 부동산 관련 통계를 정부 차원에서 통합관리해야 신뢰도 얻고 대책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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