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마…' 키운 전세난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1.01.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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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수기인데 왜 수그러들지 않나]사회적 문제로 확대

정부, '설마…' 키운 전세난


부정확한 통계, 고교선택제 부작용 외에 정부의 안일한 태도도 전세난을 확산시킨 이유다. 전세대책 마련이 늦어지다 보니 사회 곳곳에서도 전세난으로 인한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2년 째 전셋값 오르는데 속수무책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늦장 대응으로 일관한 것이 전세난 심화에 기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부동산 전문가들이 공급 부족이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경고했지만 정부는 집값 안정에 치우쳐 공급에는 소홀했다"며 "이번 전세대책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물가대책과 함께 내놓은 것일 뿐이고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29 대책을 내놓은 지 2달 후 국토해양부는 '부동산시장 점검회의' 당시 "전셋값 상승세가 소폭 둔화되고 있으며 하반기 전세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전셋값 상승은 시장 안정기에 매매 대기 수요가 전세로 눌러앉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고 전세난의 심각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는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22개월 째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8·29 대책 이후인 지난해 11월 전국 전셋값은 1.4%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를 통틀어 전국 전세가는 7.1% 올라 2002년(10.1%)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상승률(3.4%)의 2배를 넘는 수치다.

김 소장은 "전세난은 계절적인 변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계속 될 수 있다"며 "벼랑 끝에 빠졌다는 생각으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보다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책마련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 전세난이 남긴 것들... 경제문제에서 사회문제로

전세난은 이제 단순히 주거와 경제문제가 아니라 주민갈등, 주거형태 변화 등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선 전세계약시 집주인과 세입자간 다툼과 소송이 증가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A공인관계자는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주변 전셋값이 너무 올라 전세금을 얼마를 올릴 것인지를 놓고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자가 많다보니 집주인이 세입자를 가려받거나 집수리를 해주지 않는 등 배짱을 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형적인 계약형태도 나타났다.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 전셋집을 선점하기 위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부터 하는 '묻지마 계약', 중개업소에 미리 전화로 전세물건을 찜해두는 '전셋집 사전예약제'도 생겼다. 임차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인 반토막 단기계약, 집이 매매되면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매매조건부 전세'도 있다.

전세금 부담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는 '캥거루족',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싼 단독주택, 연립으로 이주하는 '아파트 탈출족'도 생겨나고 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위원은 "전셋값은 소비자 물가지수의 전체 가중치의 1/10에 해당해 서민들의 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라며 "경제문제일 뿐 아니라 생활과 밀접한 사회, 문화 등 곳곳에서 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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