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선택제' 나비효과…'강남 이웃區' 전세급등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1.01.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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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수기인데 왜 수그러들지 않나]


- '8학군' 인근에 살아도 학교배정 확률높아
- 성동·광진·동작구 등 전세물건 품귀현상


#중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나재민씨(45·가명)는 아이들의 겨울방학을 맞아 학군이 좋다는 이른바 '강남 8학군'으로 전세 이사를 고려했다. 그러나 너무 올라버린 전셋값에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로부터 '고교선택제'를 통해 인근 학군에서도 강남으로 진학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성동구에서 전세를 계약키로 했다. 성수·동호대교만 건너면 20분 안에 명문고를 다닐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강남에 비해 싼 보증금으로 부담이 덜해서다. 최근 나씨와 같은 학부모들이 늘면서 인근 지역 전세 물건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열기가 식지 않는 올 겨울 전세시장에 '고교선택제' 효과까지 가세하고 있다. 학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일부를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뽑거나 통학 편의 등을 고려해 거주지 학군과 인접 학군을 포함한 '통합학교군'에 배정한다. 즉 강남구 이웃인 성동·광진·동작구 등에 살아도 '위장전입'없이 8학군 입성 기회가 열린 것이다.

 당초 2006년 강남·목동·중계 등 소위 '잘나가는 학군' 일대 집값 급등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자 이 제도는 '집값 안정' 대책 중 하나로 도입됐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 인기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프리미엄이 유지되자 오히려 주변으로 전세가 급등 현상이 번지고 있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강남구와 양천구 전셋값은 전년대비 각각 10.0%, 7.4% 가량 치솟는 등 꾸준한 강세를 보였다. 목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학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며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주변부까지 상승세가 확산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전에는 어쩔 수없이 인근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전략적으로 원하는 학군을 노리고 주변부로 이사를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성동구 전셋값은 전월대비 0.7% 올라 강북지역 평균치(0.4%)를 배 가량 웃돌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교선택제 시행후 학군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교선택제 효과를 보지 못한 강북구가 같은 기간 0.1%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2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성동구 행당동 행당한신 59.94㎡는 지난해 12월 겨울방학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3500만원 오른 2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응봉동 금호현대 79.8㎡도 지난해 11월 1억6500만원 선이었지만 한 달 만에 3500만원 뛰었다.

 성동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성동구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3개에 불과해 학군 수요와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었지만 고교선택제 시행과 함께 한양사대부고, 경일고가 각각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로 지정되면서 약점이던 학군이 보완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강남 접근성이 좋은 동작구나 광진구도 마찬가지다. 동작구 사당동의 경우 동작대로 하나만 건너면 8학군이고 광진구도 7호선을 이용해 한 두 정거장만 가면 8학군으로 다닐 수 있다.

동작구 사당동 사당휴먼시아 59.96㎡와 광진구 구의동 현대프라임 84.99㎡도 지난해 12월 겨울 방학을 앞두고 각각 4000만원씩 올라 2억2500만원, 2억9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목동에 가까운 영등포구와 구로구 전셋값도 지난해 말 기준 전년대비 각각 9.5%, 7.8%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6.4%)을 앞질렀다.

이같은 전셋값 급등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의 경우 분당·일산 등 인근 신도시로 벗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마저 전세가격이 뛰었다. 분당과 일산 동구는 전월 대비 각각 1.2%, 0.2% 상승했다.

 인기 학군 인접 지역에 미분양 단지를 뒀거나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는 업체들은 '고교선택제' 호재를 홍보에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이들 지역은 사실 그동안 '학군'이 최대 약점으로 꼽혔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어서다. 특히 올해 분양을 앞둔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과 동작구 흑석뉴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일부에선 고교선택제가 전세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목동·중계 등 인기 학군은 일반고교 수요보다 특목고 등의 진학이 수월한 중학교나 학원가 수요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존(zone) 학군 시스템을 벗어난 새 형태(특목고)가 나타나면서 부모들의 선택의 여지가 넓어져 오히려 여타 주거환경이 미치는 요인에 비해선 (집값 등에) 영향을 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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