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체질 바꾸고 떠나는 윤용로 행장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12.20 08:24

3년 임기 마치고 20일 이임식...윤 행장 "기업은행은 훌륭한 은행"

#"지난 3년간 고생을 가장 많이 시킨 사업본부라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윤용로(55) 기업은행장이 감정에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기업은행 경영전략본부 직원들은 숙연한 분위기속에서 윤용로 행장의 고별인사에 귀 기울였다.

윤 행장은 "어려운 시기에 현상을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잘 세웠기 때문에 이 정도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은행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윤용로 행장의 3년 임기 중 마지막 공식 업무일인 지난 17일. 윤 행장은 이날 오후 경영전략본부 등 본점 부서를 일일이 돌며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직원들은 곧 은행을 떠나는 윤 행장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윤 행장은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기업은행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훌륭한 은행이다"며 "그동안 감사했고 고맙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윤용로 행장이 20일 오전 10시 서울 을지로2가 기업은행 본점에서 이임식을 갖는다. 지난 2007년 말 제22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윤 행장은 3년 임기를 끝내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윤 행장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와 미국 미네소타대학원(행정학)을 졸업하고 1978년 행정고시(21회)에 합격, 공직에 입문했다. 재무부를 시작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를 거쳐 기업은행장이 됐다.

그가 취임한 2007년 말만 해도 기업은행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 밀렸다. 하지만 2009년 기업은행은 하나은행을 밀치고 은행권 빅4로 성장했다. 윤 행장은 재임기간 기업은행 자산을 124조3000억 원에서 170조원 이상으로 37.8%나 늘렸다.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482억 원으로 신한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덩치에 비해 내실 있는 경영을 했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1인당 생산성 지표에선 대부분 1위를 기록하는 등 윤 행장이 기업은행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다.

특히 윤 행장은 기업은행의 개인금융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키웠다. 윤 행장은 취임 전 734만 명이었던 개인고객수를 946만 명까지 늘렸다. 3년 동안 매달 평균 6만 명이 늘어난 것. 같은 기간 창구조달 예금은 53조 원에서 80조원으로 52% 증가했다.

윤 행장은 은행을 견실하게 키우면서도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정부와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발생 이후 은행권 중기대출 증가분의 66.5%를 차지했다. 9월 말 기준 중기대출 규모는 88조8000억 원으로, 전체의 20.34%를 기록하고 있다.

서민금융도 적극적으로 챙겼다. 점포, 인력, IT시설 등 기업은행과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서민금융 활성화에 투입했다. 은행권 최초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하하며 중소기업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했다.

이밖에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취임과 동시에 중소기업인과 만남의 장인 타운미팅을 개최하며 현장의 소리를 듣고 업무에 반영했다. 지금까지 모두 41회에 걸쳐 1853명의 중소기업 CEO들을 만났다.

3년간 쉼 없이 달려온 윤 행장은 며칠 전 기자에게 "(행장 임기가 끝나면) 당분간 쉬고 싶다"고 말했다. "이젠 좀 쉬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행장 자리에서 내려오면 몸 어딘가는 분명 아프게 될 것 같아요. 건강도 좀 생각해야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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