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치킨도 소비자 선택의 문제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10.12.16 07:25
'통큰치킨' 판매가 종료되는 지난 15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소비자들이 줄을 이었다.

한 70대 소비자는 "싸고 맛있어서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통큰치킨이 좋은데 왜 판매를 못 하게 하느냐"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롯데마트 점포엔 개장 전부터 마지막으로 통큰치킨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려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롯데마트 통큰치킨은 △판매 발표와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 △청와대 수석의 언급 △판매 중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불과 일주일 안에 이뤄졌다. 그런데 막상 판매 중단 결정이 내려지자 이번에는 많은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한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롯데마트에 원가 공개를 요구했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상대로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트위터에서 "치킨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서민이라면 5000원짜리 치킨을 사 먹는 사람 역시 서민"이라며 "왜 정부까지 개입해 서민의 니즈를 죽이느냐"고 항변했다. 롯데마트를 맹비난했던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가격인하 요구에 더해 불매운동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처지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번 논란은 대기업과 자영업자를 앞세운 프랜차이즈 업계의 갈등 양상으로 이해됐지만, 그 와중에 중요한 소비자 선택권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직접 가서 사는 수고로움을 부담하고서라도 싼 제품을 먹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비싸더라도 배달해 먹고 싶은 소비자도 있는 등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경제적 문제가 지나치게 비이성적인 대결구도로 흐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네에는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델리형 슈퍼가, 교외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점포가 자연스럽게 영역을 나눠 갖는 외국과 달리 우리 유통환경은 좁은 국토에 대기업형 유통과 자영업형 유통이 공존하는 구조다. 이런 특성상 통큰치킨 같은 문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제에 유통업종 전반에 대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이 터질 때마다 강자와 약자로 대변되는 대기업과 중소 상공업계의 대결 구도로만 보고 정치권이 대기업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넣는 수순으로 흘러간다면, 소비자 선택권은 항상 뒷전에 놓일 우려가 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과 규칙을 만들고 잘 지키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지, 이번 경우처럼 상황과 여론에 따라 개입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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