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계제로 현대건설 인수전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10.12.09 13:34
현대건설 매각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다. 지난달 16일 채권단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을 선정한 뒤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지만 그 이후가 더 문제다.

인수자금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며 MOU 해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자칫하다가는 채권단의 MOU 해지와 현대그룹 법정 소송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기세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상대방 비방이 한창이다. MOU 체결을 기점으로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양쪽의 줄다리기에 현대건설 매각이 표류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모두 골고루 책임이 있다. 먼저 채권단. '승자의 저주'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했다. 의혹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며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게 도리어 화근이 됐다.

더구나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재정악화를 이유로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주장해온 터다. 제안서 접수 전 비가격요소를 중시 여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한 현대그룹을 선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금융당국. 뒤늦게 정책금융공사를 통해 사인을 보냈지만 사후약방문이 됐다. 채권단이나 기업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걱정은 금융당국이 가장 많은 게 맞다. 처음 입찰과정에서부터 이런 점을 확실히 챙기도록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수가격 싸움에서 밀린 현대차그룹의 행보도 아쉽다. '사태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수습'되지 않는다면 주관기관인 외환은행 등 관련 기관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한 데 이어 외환은행 예금을 빼내며 뒤늦은 공세다. 이제와 현대그룹이 그렇게 높은 가격을 낼 줄 몰랐다고 한다면 변명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패배는 패배이고 문제제기를 했다면 기다리는 것이 순서다.

현대그룹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입찰제안서를 낼 때 아무 문제를 삼지 않던 채권단이 지금 와서 전례 없는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며 볼멘소리다. 그러나 해결의 키는 현대그룹에 있다. 무엇보다 의혹이 제기될 만한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원죄를 벗을 수 없다.

채권단은 잘못 꿴 첫 단추를 풀기 위해 양해각서 상에 자료요청 등이 충분치 않으면 MOU를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오는 14일까지 현대그룹이 입장을 밝힐 것도 통보했다.

이제 제기될 만한 의혹은 모두 제기됐고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이를 투명하게 밝히는 일만 남았다. 비방이나 간섭은 잠시 접고 양측의 행보를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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