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집단괴롭힘, 눈물 그리고 리더십

머니투데이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 2010.12.09 10:00
#장면. 초·중등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에 관한 우울한 소식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되었지만 어느 유치원 교사의 한탄은 우리의 가슴을 더욱 더 쓰라리게 만들었다. 그 교사는 유치원에서 한 아이에 대한 집단 괴롭힘을 주도한 아이의 부모와 상담을 했는데 자신의 아이의 잘못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 기절할 정도로 놀라웠다는 것.

그 부모가 자기 아이의 기를 꺾지 말라면서 내세운 이유는 첫째, 특정 아이를 괴롭힌 것은 유치원 내 아이들 사이에 나름대로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해 리더로서 능력을 발휘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를 야단쳐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동료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친구를 자신들과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하도록 권유하다가 안돼서 어쩔 수 없이 반성하게 만드는 수단으로서 따돌림을 한 것을 바로 리더로서 자질을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더십이 다른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군림하는 것으로, 그리고 경쟁은 남을 짓밟으며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이 부모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한다면 너무 과한 생각일까.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후반기를 장식하고 첨단기기로 무장한 '소셜네트워킹'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우리의 모든 삶을 본격적으로 지배하기 시작한 21세기의 첫 10년을 보내고, 삼성그룹과 LG전자 등을 비롯한 여러 대기업이 새로운 리더로 무장하고 21세기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소셜'에 익숙한 이 새로운 리더들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앞에서 예를 든 부모의 리더에 대한 생각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첫째, 리더십은 혼자서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존중받아야 할 인간으로서 함께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포춘지에 의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웨그만스라는 식품점의 전 최고경영자 로버트 웨그만은 왜 이렇게 종업원 친화적인 제도를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들과(종업원) 나는 똑같은 사람이요"라고 답했는데 그의 대답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최근 모 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그리고 방영되고 있는 '아마존의 눈물'이나 '아프리카의 눈물'을 보면서 자연파괴 속에 혹은 시나브로 침투하는 문명의 손아귀에 사로잡혀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스스로 '눈물'짓는 그러한 아픔이 없이는 그 어느 누구의 운명을 좌우할 리더의 위치에 오를 수 없다.


좋은 조건에서 성장하고 또한 항상 뛰어난 실적을 만들어내온 경영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이해하려는 감정이입이다. C급 플레이어의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특급 인재를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특급 인재의 마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 강조되는 스마트워크의 궁극적인 종착역이 창의성이라고 볼 때 창의성을 어떻게 발현할 것인가가 리더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창의성은 한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나 집단지성을 통해 발현될 수 있다. 창의성과 관련된 여러 연구는 개인의 특성으로서 창의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의견과 다른 소수의 의견이 어떻게 혁신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다수가 되는지 주의깊게 살펴보는 연구도 있다.

모든 이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라 소수의 특이함으로부터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 영향력을 다루는 연구에 따르면 소수가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소수 의견의 일관된 유지, 지속적인 토론, 갈등유발, 비유사성의 강조, 간접적인 방법으로 의견표명, 소수집단의 응집력 등을 들고 있다.

소수의 의견과 생각이 집단의 무지막지한 압력 속에 사라지지 않고 새로움을 이끌어내는 돌파구의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 아무런 위협이 없이 서로 다름을 부각시킬 수 있는 용기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로 다름에 따른 갈등의 유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다름을 지속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때 리더의 역할이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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