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던 8일, 국회는 폭력의 먼지로 자욱했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10.12.08 16:05

여야, 해마다 '예산전쟁', '폭력국회' 왜?

눈발이 거세게 몰아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시계는 거꾸로 돌았다. 폭력으로 점철됐던 2008년과 2009년 '해머 국회'로 돌아갔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주변은 여야간 고함, 비명, 주먹질이 오가며 전쟁터로 변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좌표인 '친서민·공정사회', '소통정치'는 이 아수라판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지난 1년여 동안 여야가 조금씩 쌓아온 최소한의 소통·신뢰 정치도 순식간에 증발했다.

국회에 대한 국민 여론은 예전보다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여야는 이날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를 완전히 잊었다. 포격 직후 서로 눈치 보며 숨고르기를 했을 뿐 때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 정면충돌했다. 이날 트위터를 비롯해 인터넷 공간에서는 여야를 성토하고 한국 미래를 우려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정치권은 이날 사태에 대해 "예견됐던 일"이라고 당연시한다. 왜 그럴까. 여야는 해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예산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 집권 첫 해인 2008년에는 여당의 부자감세 예산안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을 놓고 격돌했다. 지난해에는 4대강 사업 예산의 강행 여부를 놓고 대충돌했고 결국 올 1월 1일 새벽 가까스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예산전쟁은 '4대강 전쟁-시즌 2'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도 4대강 사업비와 관련해 야당 측과 일부 조정가능하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처리 시점이 다가올수록 강경모드로 바뀌었고 급기야 직권상정, 단독처리 수준을 밟았다. 야당은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고 여야는 어김없이 본회의장 공방전을 펼쳤다.

여당은 이 과정에서 여당 내부에서조차 논란을 거듭하던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에 대한 논의를 내년으로 넘겨버렸다. 4대강 예산 관철을 위해 불필요한 걸림돌을 치워버렸다. 적전 분열을 막기 위한 복안이기도 했다.


결국 4대강 사업은 18대 국회에서 여야간 한치 양보 없는 전쟁의 이유이자 목적이 돼 버렸다. 4대강 사업은 '세종시 대전' 못지않게 국민 분열 양상을 겪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야당은 미래 한국의 핵심 경쟁력이 될 4대강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돼 내년에 성과가 현실화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강조한다. "야당이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의 4대강 업적'에 눌려 2012년 총선·대선에서 패배할 것을 두려워한다"는 논리다. 민주당 등 야당은 "4대강 사업에 쏟아 붓는 대규모 자금을 복지와 국방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의 길닦기"라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4대강을 놓고 벌어지는 여당과 야당의 논리를 보면 "타협점은 애초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은 정권 초기부터 대운하, 4대강을 놓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날 벌어진 충돌은 앞으로 이어질 '길고 긴 전쟁'의 한 국면일 뿐이다.

국회 관계자는 "이제 여야는 4대강 사업을 놓고 논리싸움이 아닌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집과 독선, 오기로 가득찬 말과 행동이 오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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