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황소개구리

머니투데이 황인선 KT&G 미래팀장 | 2010.11.02 12:10

[마케팅톡톡]"10월 마지막 날 안동댐에서"

10월 마지막 날에 열린 한국스포츠피싱협회(KSA) 마스터루어대회에 초대받았습니다. '루어대회라! 좋지요. 고고씽.' 록그룹 '고구려밴드'의 '♬꽈광 광부… 늙은 나는 광부' '♬동쪽으로 가서 임을 만나고 서쪽으로 가서 임을 보내고' '♬개 소리는 역사가 싫어하지' 등을 신나게 따라부르다 어느덧 도착한 안동댐. 협회장님의 보트를 타고 안동댐 물길을 20여분 도는데 산 그림자와 퍼런 물, 얼굴을 갈기는 바람과 출렁대는 물결에 세로토닌, 엔도르핀, 도파민 온갖 호르몬이 분출되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KSA는 베스루어낚시단체인데 'Catch & Release'를 슬로건으로 물과 생명의 기초 위에서 피싱스포츠를 합니다. 스포츠피싱은 미국이나 일본에선 회원 수십만 명에 팬클럽과 기업스폰서도 많다고 하는데 우리 기업이나 지자체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생각보다 다이내믹하고 럭셔리하거든요. KSA는 예술·경제와도 친합니다. 2009년 홍대클럽에서 국악그룹 들소리와 함께 한 연말파티, 2010년엔 실험예술단체 KoPAS와 물과 생명을 위한 씻김굿을 했고 물이 있는 곳 지역축제에는 수상쇼와 동승체험도 지원합니다. 주 활동무대인 안동에서 1년 경제효과도 안동 명물인 간고등어 매출에 버금간답니다.

어쨌거나 오후 3시반부터 프로들이 8시간의 승부를 마치고 멋진 보트를 몰고 돌아와서 그날 잡은 베스 중에 3마리를 골라 무게를 잰 후 사진을 찍고는 미련없이 바로 물에 다시 놓아주는 장면이 새삼스러웠습니다. '저게 잡되 놓아준다는 것이구나.' 흥미있게 지켜보다 홍보이사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요즘 베스들이 줄고 있다는 대목에서 팍- 라이트가 켜졌습니다. '민물의 황제 베스가 줄다니!' 좀더 들어보니 이 무렵 일교차가 커서 수면과 아래 물의 혼류현상으로 고기들이 불안정한 것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베스들이 3종이라 동종교배를 하다보니 면역력이 줄어 도태되기 때문이랍니다. '경영에서도 이종교배가 화두인데 그럼 황소개구리는?'

황소개구리도 도태중이랍니다. 뱀을 잡아먹는 황소개구리도 자연법칙은 피해가지 못하는 모양인데…. 필자 사고가 어디 가겠습니까? '우물 안 황소개구리 패러독스돴' 조어가 떠오르네요. 우물 안 개구리가 좁은 곳에 갇혀 식견이 짧은 것을 말한다면 우물 안 황소개구리는 제한된 종(種) 네트워크로 인해 결국 도태의 길을 가는 것을 말하는 거죠. 요즘 특정분야 박사들을 만나면 "박사는 무슨, 협(狹)사지" 하는데 자신들 영역에 밝다지만 세상은 융·복합을 요구하고 머리는 한 방향으로만 굳어져 있어 만나는 친구들 얘기는 그 얘기가 그 얘기고 네트워크도 좁아 답답하고 도태가 겁난다고 합니다.


요즘 디지털 신권력인 파워블로거, 트위터들, 게이머들도 그 PC박스 안이 세계의 다로 보일지 모르지만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세상이 훨씬 넓고 다양하다는 걸 잊으면 조만간 '우물 안 황소개구리'가 됩니다. 벌써 징후가 보이잖아요. 시력과 청력, 심장 그리고 아날로그 네트워크가 일단 도태되죠. 그러니 신이 설계한 건강한 세계에 빠져보아야 할 겁니다. 거리로 산으로 바다로 시골로 나가보십시오. 거기에 무한하게 펼쳐진 초(超)디지털의 광대하고 신비로운 세계를. 방학이면 아들 손잡고 학원 대신 히말라야나 몽골 초원으로 가서 하늘과 별과 사람을 본다는 어느 호프집 사장님의 통찰을.

자본주의가 만든 프로, 스타 열풍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접촉하는 세계가 세상의 몇 퍼센트나 될까요. 세상 여자와 어린이들이 베컴을 좋아한다는데 베컴은 그들을 얼마나 알까요? 쌍방향으로 모르면 그것은 동굴의 우상일 뿐. '그녀가 전지현보다 좋은 건 만질 수 있기 때문'이란 광고카피는 핵심을 제대로 짚은 겁니다. 패리스 힐튼이 화제와 유행을 몰고 다닌다지만 독일, 일본에서 입국 거부라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그녀의 스토리텔링이 통하지 않는 세계가 있는 겁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 말이나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제는 인생 6단계의 시대고 방황하는 오디세이기를 거쳐야 하는 시대라고 한 것처럼 스스로를 호기심의 세계로 열어두고 항상 더 넓은 세상의 가능성에 겸손해야 할 겁니다.

2010년 가을의 끝. 서울을 벗어나 탁 트인 수면에서 바람과 마주 서니 불현듯 후배의 모호한 선언(禪言)이 생각납니다. "큰 바람 불어와…. 뚱쉬 허허허. 세상은 참 크잖아요." 그 바람은 대륙과 대양을 넘어온 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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