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치자 사망에도 쇼핑·관광객 북적
- 교통·관광허브로 재도약 발판 마련
지난 10월29일 저녁에 찾은 두바이 시내 쇼핑몰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쇼핑을 하러온 자국민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7개 에미리트 중 하나인 라스 알 카이마의 통치자 셰이크 사크르 빈 모함메드 알 카시미가 사망한지 3일 째 되는 날이었다.
현지 교민은 "예전에는 통치자가 사망하면 5일간의 추모기간동안 공공기관들도 문을 닫고 거리나 상점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것을 금지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며 "요즘엔 날씨가 따뜻해 영국 등 유럽에서 관광객이 몰려 주말이면 인근 쇼핑몰 일대에 교통체증이 빚어진다"고 말했다.
두바이의 최대 3대 쇼핑몰 중 하나로 축구장 50개 규모의 '두바이몰'에는 자국민 외에도 유럽·미국·아시아인이 뒤섞여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길이 33m, 높이 8m로 기네스 북에 오른 초대형 수족관 앞에는 관람객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곳은 매일 저녁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하는 화려한 분수쇼가 펼쳐져 이를 보러 관광객이 몰린다.
외국 관광객의 숫자는 두바이 공항 면세점에 가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30일 새벽 2시 두바이 공항 면세점은 출국 전 선물을 사려는 외국인들로 분주했다. 초콜릿과 두바이 특산물인 대추야자 열매 등을 진열해 놓은 가판대에는 물건을 30분마다 채워 넣어야 할 정도다. 두바이 공항 면세점 직원인 중국인 첸진씨(30)는 "에미리트 항공편이 자정부터 계속 이어져 자정부터 새벽 5시가 피크 타임"이라며 "이곳에 있으면 24시간 레스토랑과 상점이 풀 가동돼 밤인지 낮인지 구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 및 관광산업은 두바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관광 수입이 두바이 국내 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한다. 두바이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공항 이용객은 약 400만명으로 전년동기 310만명에 비해 22.5% 늘었다. 9월까지 올해 누적 이용객은 348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0만명에 비해 15.6%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처음 4000만명을 돌파한 두바이공항은 올해 가뿐히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에 주변 국가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송이 아부다비 관광개발투자공사(TDIC) 관계자는 "두바이 쇼크 이후 물류, 경제의 중심이 아부다비로 이동하면서 두바이는 대형 공항을 기반으로 관광, 유통산업으로 특화하면서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부동산 투자에 몰렸던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두바이가 교통,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인프라 기반을 강점으로 살린다면 두바이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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