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충격, '걸프 불신'으로 비화되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9.11.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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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사우디 등 걸프국 CDS 급등

두바이의 채무 상환 유예 선언으로 걸프만 경제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와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이 채무 상환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두바이를 비롯한 걸프국들의 신용디폴트스왑(CDS) 금리가 급등했다.

CMA데이타비전에 따르면 두바이의 CDS 금리는 전일 대비 90bp 뛰며 지난 1월 CDS 판매 이후 최고인 530bp를 기록했다. 이 같은 CDS 금리 수준은 두바이가 발행한 국채 1000만달러어치에 대한 부도 보험 비용이 연간 53만달러에 달한다는 것을 뜻한다.



두바이의 현재 CDS 금리 수준은 세계 5위에 해당한다. 이는 신용위기 당시 국가 부도 얘기까지 나돌았던 아이슬란드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일 걸프지역 CDS 금리는 223.5bp로, 29bp 상승했다. 이는 지난 2월18일 이후 최대 일간 상승폭이다.



국영은행을 통해 전일 두바이가 발행한 채권 50억달러어치를 사들인 아부다비의 CDS 금리는 전일 36bp 오른 데 이어 27일 다시 23bp 추가 상승했다. 인접국인 카타르의 CDS 금리도 전일과 이날 각각 11bp, 13bp 올랐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CDS 금리도 18bp 상승하며 지난 2월 이후 최대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다. 영국 은행가협회(BBA)는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기업들의 채무 상환을 직접 중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중동 최대 항만 운영사인 두바이 DP월드의 CDS 금리는 전일 181bp 급등하며 사상 최고인 540bp까지 상승했다. DP월드의 CDS 금리는 이날에도 72bp 추가 상승하며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이번 사태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으로까진 번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최후의 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나서 나킬의 디폴트를 막아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순 없다.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두바이와 채무 관계로 얽혀 있는 아부다비는 물론 걸프 경제 전체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걸프지역의 새로운 경제, 쇼핑, 교통 허브로 떠오르던 두바이의 좌초는 걸프만에 대한 전세계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두바이월드 채권단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갖고 이번 사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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