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부들은 어떤 인간형?"

머니투데이 황인선 KT&G 미래팀장 | 2010.10.19 12:10

[마케팅톡톡]노리단 부족으로 10월은 행복했다

칠레 369(33인의 69일 위난) 광부들 뉴스를 보니 엄청난 위기 속에서도 희망과 동료애를 잃지 않은 '새 인간 타입의 출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이들과 대비되는 인간형이 있었죠. 햄릿과 돈키호테. 햄릿이 비극적인 한 덴마크 왕자의 운명을 기반으로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라고 했던 우유부단한 인간 타입이라면 돈키호테는 착각 속에서 세상과 맞서는 천방지축 실천가형 타입을 대표합니다. 문득 그들이 21세기 요즘 어디로 갔나 생각이 드는 데 아무래도 인터넷 속으로 들어갔나 봅니다. 자살사이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게임바다에 빠져 "왜 살아" 하면 "그냥" 하는 온라인 햄릿들 보이죠? 다른 편엔 보이지도 않는 세상의 풍차, 자기보다 센 놈들과 싸움을 피하지 않는 대책 없는 돈키호테 악플러들이 늘어납니다.

오늘은 온라인 두 타입과 다르게 사는 제3 타입을 소개해 봅니다. 얼마전 하자센터가 주최한 '제2회 창의 서밋' 개막식에 갔습니다. 영국, 노르웨이, 일본 등 세계 200여명의 '하자(Do it)부족'이 모여 정말 "보기에 좋더라"를 연출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얼굴 근육이 풀어지더군요. 창조적 교육과 지역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면서 폐자재를 활용해 창조적으로 업(Up)사이클링하는 공연기업 '노리단'부터 책을 이야기로 치환해서 교육하는 '이야기꾼의 책공연'까지 12개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냈거나 그럴 예정이랍니다. 머리와 가슴이 있는 그들이 그날 그 자리에서 쏘는 에네르기파는 또래들이 온라인으로 들어가 햄릿, 돈키호테로 사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고 참신했습니다. 같이 간 부장이 나오면서 "얘들. 다르네요…" 하던데 그들과 같은 혈액형을 가진 친구들이 또 있습니다.

지난해 신종플루 파동에 이어 날씨 때문에 힘들었던 2010년 올해. 7월의 홍대 앞 실험예술부터 노원구 퍼포먼스, 과천 노리단 거리공연 '고래의 꿈'과 강남문화재단의 패션페스티벌에 틈틈이 들렀습니다. 지자체장이 바뀌고 날씨 변덕으로 힘들었을 텐데도 빌딩 외벽 예술, 기중기를 이용한 하늘공연, 패션쇼 등의 입체적 기획으로 구경온 시민들의 감탄을 끌어낸 이들. 축제를 꾸미고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이들이 칠레 광부들처럼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 제3타입-'노리단 부족'이 아닐까요? 시바이처 박사가 존경했다는 그리스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창출한 '그리스인 조르바'가 이 노리단 부족과 가까워 보입니다. "결혼이요? 공식적으론 한번, 비공식으론 1000번 아니 3000번…. 그런데 수탉이 장부 만드는 거 봤어요?"라던 조르바, 탄광사업에 실패하자 자갈밭에서 춤추는 조르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면 되고 먹고 싶으면 먹고 여자를 품고 싶으면 품는 갈색 피부의 인간이 조르바죠.


이들 노리단 부족이 도시를 휴식시키고 다시 생산하도록 촉매역할을 합니다. 노원축제를 가니까 한 남자상인이 "축제는 왜 하는 거야. 시끄럽게." 투덜대니 지나던 아주머니가 "그래도 축제는 해야죠." 톡 쏘던 생생토크가 기억나는데 축제가 없는 사회라면 죽은 시인의 사회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축제는 공동체의 에너지를 모으는 깃발입니다. 작게, 어렵게 시작했지만 점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그 방증이죠. 하자센터 노리단은 홍콩, 일본, 뉴욕에서 러브콜이 오고 20만명이 모이는 자라섬 재즈, 춘천 마임축제의 도깨비 난장과 미친 금요일엔 전국에서 수만 젊음과 예술혼들이 모입니다. 강남구 10월 축제엔 이상봉 디자이너가 참여해서 `패션, 문화가 되다돴를 테마로 코엑스 분수광장을 한(韓)과 패션의 물결로 채웠고 가로수길 2회 패션마켓엔 100여개 디자인숍이 참가하고 차 없는 거리엔 걷기 힘들 정도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한 대기업이 한 축제를 매칭시스템으로 후원하고, 광고비 1%만 쓰면 훨씬 멋진 축제마케팅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온라인 두 부족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는 것처럼 이들 노리단 부족이 어디로 진화할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거리를 메운 사람들의 탄성과 즐거워하는 눈빛, 차 없는 거리를 활보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호호, 까르르 소리는 2010년 그들 노리단 부족이 만든 작품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내년엔 기업들도 같이 하길 바랍니다. 10월 행복했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