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 카드론의 함정..눈덩이 빚에 짓눌리는 서민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0.10.15 08:03

NICE 채무건전성지수 빨간불..친서민 정책으로 빚 더 불어날 우려

# 30대의 가정주부 A씨는 최근 대부업체로부터 압류가 들어올 거라는 통보장을 받았다. A씨가 현재 갚아야 할 채무는 600만원, 10년 전에 카드로 빚진 180만원이 이자에 이자가 붙어 불어났다. A씨가 갚기에 거의 불가능한 금액이다. 이사를 앞두고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 부채 때문에 남편 신용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A씨의 이야기는 14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서민들의 현실이다. 10년전 소액이라고 생각하고 신용카드를 통해 쉽게 빌린 빚이 지금 가정을 위협할 정도로 불어났다.

서민들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저신용자는 '햇살론', 상위등급은 '카드론'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 빚이 증가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정보(NICE)는 14일 채무건전성지수가 지난 6월말 현재 74.8로 2분기 연속 80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채무건전성지수가 80 아래로 떨어지면 부실 우려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즉 가계 빚이 위험한 상태에 빠진 뒤 6개월이나 흐르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NICE는 최근 카드론, 햇살론 등 2금융권의 신규대출 및 소액대출에 대한 취급 비중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했다.

◇제2금융 소액대출 비중 증가=가계대출 중 카드·카드론·저축은행·캐피탈·보험업권·소비자금융 등 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분기 11.3%에서 급락하며 10% 이하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10%대를 회복했다.

특히 신규대출 중 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3%를 넘어 2007년 하반기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가계부분의 신용에 대한 수요를 나타내는 신규 신용조회 현황을 보면 대출관련 신규 조회 건이 전분기보다 2.54% 증가했고 카드 신규 조회 건은 11.95% 늘어났다. 전년대비로는 대출 관련 신규 조회가 0.07%, 카드 관련 신규 조회는 30.22% 증가해 카드부분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개인이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대출을 받고자 할 때 등 은행이나 카드사 등에서는 고객이 빚을 상환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기 위해 신용평가회사의 개인 신용등급을 조회한다.

신용공급 역시 증가세다. 신규 대출금액은 5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2% 증가했고, 신규카드 발급 건수는 302만건으로 같은 기간 17% 많아졌다.


이는 전반적인 신규 신용의 증가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2금융권을 필두로 한 소액 신용대출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저신용자 '햇살론' vs 상위등급 '카드론'=신용등급별로 분석해보면 여신은 하위등급, 카드는 상위등급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즉 대출 신용조회는 6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들의 수요가 증가한 반면 카드관련 신용활동은 4등급 이상의 상위등급에서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2금융권 대출은 중위등급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상위등급에서 2금융권을 이용하는 비중은 2004년 3.5%에서 2010년6월 4.9%로 높아졌고, 중위등급은 2009년 8월 12.17%에서 13.91%로 확대됐다.

하위등급의 신규 대출은 상한금리 인하로 승인율이 낮아지며 상당폭 감소됐으나 최근 미소금융재단 및 햇살론 등 저신용자 관련 지원사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향후 지속적인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NICE측은 전망했다.

◇친서민 정책의 함정?= 문제는 은연중에 서민들에게 파고들고 있는 부채에 대한 안이함과 부도율이다.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늘려주는 정부의 대표적인 친서민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을 더 빚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아이러니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햇살론 시행은 저축은행 등 기존 신용대출업을 하지 않았던 2금융권의 신용대출을 부추기고, 채무불이행자도 쉽게 대출이 가능한 것처럼 인식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정부는 햇살론 실적만 따지며 부채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도덕적해이를 만연케 하기에 부도율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현재 연체 수준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부도율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전체적인 시장 위험이 증대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NICE는 지적했다. 이는 앞으로 경기가 악화될 경우 빚이 계속 늘어나는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등급별로 볼 때 4~6등급인 중위등급의 부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9~10등급의 부도율은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9등급 부도율은 2008년9월 27.6%에서 2009년6월 33.3%로, 10등급은 53.9%에서 57.3%로 높아졌다. 부도율은 대출을 한 사람들이 12개월 이내 채무불이행 또는 단기연체 90일 이상이 발생한 고객의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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