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물,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이 훼손"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 2010.09.16 15:59

위작이라고 주장됐던 계상정거, 감정 후 1000원권 지폐에 있는 것을 보면 진품인 듯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국가보물 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모암문고 소장, 이하 진적첩)을 훼손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1975년에 국가보물로 지정된 진적첩은 앞뒤 표지를 포함해 16면으로 이뤄져 있다. 앞표지에 겸재 정선의 아들 정만수의 표제와 계상정거(溪上靜居), 무봉산중(舞鳳山中), 풍계유택(楓溪遺宅), 인곡정사(仁谷精舍) 라는 글이 씌어있다.

진적첩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1,000원 지폐에 있는 산수화 한 폭 계상정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지난 2008년 이동천 씨가 진적첩 내 ‘계상정거’를 포함한 겸재 정선의 네 폭 그림을 위작이라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소장자 동의 없는 조사로 국가보물 훼손=문화재청이 진적첩 소장자인 모암문고(The Moam Collection) 이용수 대표(이영재 명예대표)에게 “2008년 7월24일 안휘준 당시 문화재위원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조사를 실시하고자 하오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문을 송부했다.

공문에 따르면 진적첩 조사는 각종 논란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사가 끝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제본된 부분이 심하게 훼손돼 있다.
더군다나 공문을 보낸 편지봉투에 ‘2008년 7월29일’이라는 소인이 찍혀 있다. 소장자에게 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5일 전에 조사를 끝내 놓고 소장자에게 협조를 부탁한다는 공문을 보낸 셈이다.

이처럼 긴급히 조사가 이뤄진 배경은 같은 해 7월 초 이동천 씨가 쓴 ‘진상’(동아일보 간)에서 진적첩 내 ‘계상정거’를 포함한 겸재 정선의 4폭 그림이 임본위작(臨本僞作)이라 주장해서다. 임본위작이란 원본을 보고 베낀 작품이란 뜻이다.

이용수 대표는 “문화재청이 임본위작인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표구 바깥까지 그려진 부분을 확인하려 했던 것 같다”며 “만약 가짜라면 표구 안쪽에 그림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칼로 베어진 듯 보이는 계상정거(溪上靜居).
문화재청은 조사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진품임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2008년 말 문화재청이 국보나 보물을 포함해 국가지정문화재 중 문제가 있는 작품을 지정 해제했는데, 진적첩은 보물의 지위가 그대로 유지됐다.

더욱이 2009년 9월에 진적첩이 겸재 선생의 서거 250주년을 기념해서 ‘겸재 정선 특별전-붓으로 펼친 천지조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이는 조사결과, 진적첩이 진품이라는 반증이다.

◇칼로 베어지고, 제본이 뜯겨진 진적첩=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어떻게 조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적첩의 제본 부분이 하나하나 뜯겨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용수 대표는 “칼로 오려내지 않고서는 제본 부분을 자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화첩 장황 부분의 들뜸 현상으로 판단되고 훼손이라고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요청한다면 간단한 부착 처리를 해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좌측 하단이 심하게 뜯긴 무봉산중(舞鳳山中).
진적첩 내 계상정거(溪上靜居)의 훼손은 심각하다. 계상정거의 윗부분을 교묘하게 칼로 도려낸 듯한 부분이 보인다. 또 기탁 당시의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던 미세한 번짐 현상도 보인다. 원래 진했던 먹 부분은 지워져서 흐리게 나타났다.

무봉산중(舞鳳山中)은 좌측 하단이 심하게 뜯겨져 있다. 뜯겨진 부분 안쪽을 보면 풀로 붙여졌던 자국을 볼 수 있다. 풍계유택(楓溪遺宅)은 더욱 충격적이다. 육안으로 봐도 우측 하단에 칼로 댄 자국이 확연히 보였다.

▲칼로 자른 것으로 보이는 풍계유택(楓溪遺宅).
그림 4점 가운데 표구가 돼 있지 않은 인곡정사(仁谷精舍)는 손댄 흔적이 없다. 그뿐 아니라 퇴계 이황선생의 회암서절요서 4면은 표구가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이용수 대표는 “표구된 그림 3점을 중심으로 글씨부분을 제외한, 거의 첩 전체부분을 훼손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며 “진적첩 훼손부분을 감사원에서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 보물 기탁 받을 때부터 주먹구구식=이용수 대표(이영재 명예대표)는 2000년 2월에 진적첩을 포함해 14건 44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했다. 당시 학술 목적과 전시자료로 활용하라고 기탁한 것이다. 그런데 소장자는 기탁증서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위작 논란에 휩싸이지 않은 글씨부분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소장자는 기탁증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2001년 2월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증서를 요구해서 수탁증서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사본을 보내줬다. 기탁증서가 아닌 수탁증서의 복사본을 받은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기탁 당시 ‘추사 김정희 묵란도’와 ‘소치 허련 묵매도’ 액자틀 2점도 함께 남겼다. 나중에 보니 그림은 떼고 액자가 보이질 않았다. 그 액자는 윗부분이 상아로 장식돼 있는 고급스러운 액자였다. 이용수 대표는 “액자를 사용하지 않으면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당시 액자가 인계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며 “액자 상태로 기탁 받은 유물이 없는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액자가 인계됐다는 증빙자료를 알려주면 최선을 다해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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