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 않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 내야 할 대출 이자가 늘어나는 탓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김 부장은 매월 75만 원이 넘는 돈을 이자로 내고 있다. 김 부장은 "금리가 오르면 환율하락으로 송금하는 유학비용은 줄지만, 대출 이자가 늘어난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김 부장과 같은 기러기 아빠들이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자신의 처지가 달라지기 때문. 만일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금리를 인상하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이 대체로 원화가치를 높여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이유에서다. 자연스럽게 기러기 아빠들의 유학비용 송금 부담은 덜해진다. 반면 이들이 갖고 있는 은행 대출의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실제로 김 부장이 지난 5월 약간의 돈을 보낼 때만 해도 원/환율은 1250원대였다. 지금(9일 종가 1160원)과 비교하면 달러 값이 90원이나 비쌌다. 2만 달러를 보낸다고 가정하면 당시보다 180만 원이나 줄어든다.
그런데 7월 초 금통위의 금리 인상 결정 이후 환율은 1200원대가 깨졌고 하락세를 유지했다. 이번에도 금리가 오르면 환율 하락세는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면 앞으로 환율은 1150원대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 부장은 "한 달 전만 해도 환율이 1220원대를 보였는데 지금은 60원이나 하락한 116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며 "한 달 새 환율 덕분에 120만 원 정도를 절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되면 김 부장의 대출이자 부담은 증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김 부장은 은행에서 2억 원을 대출받아 2006년 6억 짜리 아파트를 샀다. 김 부장의 금리는 4% 후반인데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는 이제 5%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만일 기준금리가 오르면 매달 납부하는 이자가 80만 원대로 껑충 뛴다.
김 부장은 "금통위의 기준 금리 결정을 앞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이라며 "다만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송금비용 절감액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대출 이자 증가액보다 큰 게 그나마 위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두 달 연속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2분기 높은 경제성장률이 국내 경기 펀더멘탈을 확인시켜줘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환율 하락세가 금리인상에 대비한 포석이란 분석이 있다"며 "기준금리란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지난달에 올렸다고 해서 이번 달에 올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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