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카르페 디엠'을 위하여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 2010.08.11 12:31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에만 있다

내 행복은 2시간 뒤에 있다. 그때는 한잔 한다. 이보다 큰 행복은 이틀 뒤에 있다. 그때는 주말이다. 이보다 큰 행복은 2주 뒤에 있다. 그때는 휴가다. 이보다 큰 행복은 두달 뒤에 있다. 그때는 가을 여행을 갈 것이다. 이보다 큰 행복은 2년 뒤에 있다. 그때는 아름다운 시골에 있을 것이다.

내 행복은 항상 내 앞에 있다. 내가 앞으로 나가면 행복도 앞으로 나간다. 내가 한발 다가서면 행복은 한발 물러선다. 나는 행복을 놓친다. 이러다간 평생 놓칠 것 같다. 아~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내 앞의 행복이여. 무지개같은 행복이여.

그래서 작전을 바꾸라 한다. 지금 당장 여기에서 행복하라고 한다. '이래야 행복하다'가 아니라 '이래서 행복하다'로 바꾸라 한다. 행복에 조건을 달지 말라고 한다. 법정 스님은 '수류화개(水流花開)'라 가르친다. 그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고 깨우친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오직 지금만이 유일한 실재라고 밝힌다. 내일도 결국 오늘의 모습으로만 올 터이니.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그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Seize the day)'을 외친다. 지금 이 순간을 잡으라 한다. 수류화개! 카르페 디엠! 삶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하지만 실행은 어렵다. 그러니 열심히 연습하자.

먼저, 시간 조정.

첫째, 지나간 일에 매달리지 않는다. 추억에 살지 않는다. 과거의 낡은 틀을 알아챈다. 그 틀에 갇히지 않는다. 습관에 안주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습관을 깬다. 관행을 당연시하지 않는다. 관습을 정의로 착각하지 않는다. 과거 정보로만 프로그래밍 된 내 안의 '수구세력'에게 속지 않는다.

둘째, 꿈에 사로 잡히지 않는다. 꿈에 만취하지 않는다. 꿈을 쫒느라 지금을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는다. 꿈은 오늘을 충실하게 해주는 각성제다. 하지만 지나치면 오늘을 잊게 하는 환각제다. 꿈은 오남용하면 부작용이 크다.

다음은 공간 조정.

첫째, 이 자리에서 여행한다. 산 넘고 물 건너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그런 여행에 집착하면 먼 곳에 가서도 다른 곳을 찾을 것이다. 항상 떠나느라 목적지에 닿지 못할 것이다. 내 발걸음이 닿는 바로 그 자리가 목적지임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매 순간 도착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어떤 여행이든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이다. 여행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여행은 매 걸음마다 내 안에서 완성된다.

둘째, 가까운 것부터 사랑한다. 가족이든, 이웃이든, 길가의 꽃이든 내 눈길이 머무는 것부터 아끼고 살핀다. 먼 곳만 바라보고 내달리면 바로 앞의 소중한 것들을 놓친다. 먼 곳에 고정된 시선 앞으로 당긴다. 그러면 시야가 내 곁으로 오고, 마지막엔 내 안으로 들어온다.

다음은 깊이 조정.


첫째, 집중하고 몰입한다. 몰입하면 과거와 미래가 설 땅을 잃는다. 오직 한 순간, 지금만 남는다. 그러나 몰입은 쉽지 않다. 그래서 좋은 방법이 많이 개발됐다. 서양에서는 기도를 한다. 내 마음의 원을 하나로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동양에서는 명상한다. 욕망과 잡념의 파도를 가라앉히고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불교에서는 참선을 한다. 한 가지 화두를 붙들고 끝장낸다. 남방불교에서는 순간순간을 온전하게 알아차리는 '위빠사나' 수행을 한다. 단학에서는 단전호흡을 한다. 깊이 숨 쉰다. 깊은 숨은 내 안의 우주로 통하는 입구다. 내 밖의 신을 향하든, 내 안의 참자아를 향하든 집중하고 몰입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 사실 무한 속에서 안과 밖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둘째, 신비에 감탄한다. 감탄하는 순간에는 시간이 사라진다. 몰두는 시간의 단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반면 감탄은 시간의 단면 위로 가볍게 날아가는 것이다. 가볍게 날아가는 것이 깊이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 그러니 수시로 감탄하자. 꽃에, 나무에, 강에, 산에, 바다에 감탄하자. 하늘에, 노을에, 바람에 감탄하자. 맛있는 것에, 신나는 일에, 아름다운 사람에 감탄하자.


  ☞웰빙노트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어제도 아니요, 내일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인생이란 단 하루, 오늘이었다. <윌리엄 하블리첼,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

여행은 여기에서 여기로의 여행입니다. 당신이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때는 지금입니다. <레너드 제이콥슨, 현존>

거짓 자아는 문자 그대로 과거의 산물이기에 매 순간을 새롭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거짓 자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현재에 몰입할 때 누리게 될 자유를 결코 맛보지 못할 것입니다. <가이 핀리,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다 놓아버려라>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도 살아 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있다. 가령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뎌진 감성, 저녁노을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모르는 무감각, 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 가는 일상, 이런 현상이 곧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섬이다.<법정, 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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