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프라임빌딩이 추락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2010.07.22 08:36

도심의 중심업무지역에 있는 랜드마크 성격의 대형 빌딩을 흔히 프라임빌딩이라고 부른다. 프라임빌딩은 주변의 다른 빌딩에 비해 단위면적당 임대료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 이상 비싸다. 해당 빌딩이 주는 공간의 질적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이런 차이가 정당화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임빌딩은 공실률이 주변 빌딩보다 낮다.
 
경기가 침체될 때도 임대료 하락이나 공실률 상승이 다른 빌딩보다 크지 않다. 이러다보니 외국계투자자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은 프라임빌딩 위주로 투자를 한다. 프라임빌딩은 경기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안정된 수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기는 것은 프라임빌딩의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왜 프라임빌딩에 입주하려고 하는가다.
 
부동산은 첫째도 위치(location), 둘째도 위치(location), 셋째도 위치(location)라고 하는데, 동일한 위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프라임빌딩은 인근 다른 빌딩보다 임대료가 비싼가?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프라임빌딩에 입주한 기업'이라는 외부평가의 프리미엄이 프라임빌딩의 높은 임대료를 정당화하는 것같다.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 기업의 명성이 사업의 성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성격의 기업들은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프라임빌딩에 입주하기를 희망하게 된다. 프라임빌딩에 입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 때문에 프라임빌딩은 경기가 침체될 때도 임대료가 하락하지 않고, 공실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보경제학에서는 이런 효과를 흔히 신호발생효과(signaling effect)라고 부른다. 고객들이 자신의 실력을 잘 알지 못할 때 고객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신호를 발생하게 되는데, 오피스시장에서는 프라임빌딩에 입주했다는 사실이 해당 기업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되는 셈이다.

 
바로 그런 특성을 지닌 서울의 프라임빌딩들이 지금 불황을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한창 호황일 때 1~2%에 불과하던 공실률이 3~4배로 뛰었고, 임대료도 10% 이상 하락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영향이 컸고, 최근들어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시장상황이 조금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 영화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가장 큰 원인은 서울 도심부의 대형 오피스 개발 붐이다. 너도나도 도심부에 대규모 복합개발로 프라임빌딩의 공급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프라임빌딩의 불황이 좀처럼 해결될 것같지 않은 것이다.
 
도심부의 대규모 개발붐이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2015년에는 현재 강남지역 오피스 공간의 90%에 해당하는 오피스 공간이 추가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피스 공간에 대한 수요가 매년 10% 이상씩 증가해야 해당 공간을 흡수할 수 있는데 우리 경제의 실력으로 볼 때 무리한 예측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다시 한번 정보의 비대칭문제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기관의 행동을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과잉공급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을 텐데 이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시장에 대한 사업참여자들의 과도한 기대도 문제를 확대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어디 오피스빌딩만의 문제겠는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미분양 주택문제도 정보의 비대칭과 시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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