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세계경제의 진로와 정책대응

머니투데이 최희갑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 2010.07.08 13:30
최근 국민경제와 관련된 관심이 다시 세계경제로 쏠리고 있다. '더블딥'은 그나마 얌전한 편이고 '대공황 와중'이라거나 '대공황 진입 직전'이라는 험악한 표현이 아직도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세계경제에 대한 관심은 최근 기획재정부가 요약하듯이 미국의 경기둔화 조짐과 유럽의 재정적자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더블딥은 대공황 와중이라는 표현과 그리 다르지 않다. 2008년과 2009년에 겪은 딥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였고, 각국의 적절한 대응조치가 없었다면 실제로 또하나의 대공황으로 이어졌을 경기침체였다. 그리고 이런 딥이 또 한차례 온다면(더블딥) 그것은 그동안 전개된 각국의 정책대응이 허사였다는 것이고 세계경제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대공황으로 빠져드는 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최근 모습을 더블딥이나 공황으로 그리기보다 이미 예상한 경로를 밟는 것으로 그리는 편이 좀더 정확할 것이다. 우선 일부 국가에서 진행된 재정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전개된 매우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비춰본다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개 과정에서 각국 경기의 탈동조화 희망과 달리 거의 모든 국가에서 급격한 성장률 하락이 발생했고, 결국 각국은 통상의 경기침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매우 적극적인 세금인하와 정부지출 증가를 도모했다. 무리한 재정정책은 누적된 국가채무 규모가 컸던 국가들에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고 결국 재정위기라는 응급상황이 돌출된 것이다.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당사국들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예상된 재정위기였기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기둔화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회복과정에 비춰본다면 쉽게 이해된다. 경제위기에 대응해 다각적인 응급조치가 취해졌고 이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로 미룰 수 없는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각국 경제는 둔화된 성장세를 비켜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급보증, 국가에 의한 은행의 부분 소유, 중앙은행에 의한 민간자산 매입 등은 점차 폐지돼야 하고, 재정적자를 줄이는 동시에 국가채무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의 재설계 그리고 새로운 규제에 따라 진행될 레버리지 축소와 금융거래 질서의 재확립도 불가피하다. 결국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는 이미 예상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양날의 칼이어서 경기를 자극하는 요소도 담고 있다. 구조조정은 미래에 대한 낙관을 심어주고 이는 지금 당장의 민간경제활동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구조조정에서 우리의 경험과 크게 다른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기업부채의 관리가 긴요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우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관리가 요구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국과 유럽이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와 다른 경로를 밟아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와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찌들게 하는 투자정체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미국과 유럽기업들은 위기상황에서 취한 방어적 경영을 벗어던지고 점차 공세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다. 물론 각국 정부는 통상압력의 형태로 이들 기업을 측면 지원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계경제 둔화는 불가피하겠지만 더블딥의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하겠다. 오히려 세계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겪은 급반등 후 저속운항보다 더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책기조도 위기시 응급처방을 서서히 정상화하는 한편 재정 건전화, 금융규제 선진화, 통상압력에 대한 대처 등 미시적 대응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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